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국가가 흥하고 망하고 성하고 쇠하는 것은 짧게는 몇 년 또는 몇십 년에서 길게는 몇백 년에 걸쳐 일어난다. 근세 우리 역사만 보아도 조선이 일제에 의해 망하는 데 300여 년이 걸렸다. 선조 광해군 인조를 거치면서 왕실에선 당파싸움을, 왕비와 빈들을 둘러싼 왕조농단을 요즘으로 하면 국정농단 왕권 다툼으로 국방력이 허약 왕실 내외가 혼란에 빠지자 섬나라 일본이 1592년 임진년 왜란을 일으켜 한반도 남부해안을 침략 선량한 우리 국민을 죽이고 잡아가고 재물을 갈취해가고 갖가지 형태로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 선조의 무례가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1580년대 초 선조가 인목왕후와 공빈 등 다수의 빈 그들의 농단에 왕실이 혼란을 겪었다.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관원들의 횡포와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로 국민의 원성이 극에 이르렀다. 그것을 보고 율곡 이이 선생이 1581년 “오늘날 우리나라 일이 안으로는 기강이 무너져 백관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고 백성은 궁핍하여 재물이 바닥나고 따라서 병력은 허약합니다. 무사히 날을 보낸다면 혹 지탱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전쟁이라도 난다면 반드시 무너져 다시 구제할 계책이 없을 겁니다.”라고 선조에게 건의했다.

선조는 그 말을 당치 않은 소리 따위로 여겨 허투루 듣고 넘겼다. 선조는 자기주장이 강하여 주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그로부터 11년 후인 1592년 일본이 난을 일으켰다. 일본이 조선을 상대로 한반도 남서해안을 중심으로 침략을 끝이지 않았다.

선조 광해군 인조 때 왕실 내외에서 일어난 그 후유증이 고종까지 이어져 민비와 고종의 아버지 이하응 사이 국정농단으로 결국 300여 년 전 선조로부터 시작된 혼란이 1890년대 전후 일본을 비롯한 청나라 러시아 등의 침략으로 한반도에서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치렀다. 종국에는 1910년 8월 29일 일본이 조선군대를 일본에 병합하고 외교권을 박탈 식민통치를 시작 우리를 1945년 8월 15일까지 36년 동안 식민통치를 했다. 일국의 운명이란 그렇다. 흥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망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다. 일국을 책임지고, 모든 국민을 책임져야 할 지도자는 어느 한 곳, 어느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데 있다. 뿐만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편향돼서는 안 된다. 듣는 것 보는 것 다양은 물론 새겨듣고 볼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탁월한 감각으로 훗날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욕심을 벌릴 줄 알아야 한다.

선조가 율곡 선생 말만 귀담아들었어도 우리나라 운명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선조 같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 요즘 목소리 큰 소수가 다수처럼 보이는데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는 그것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본시 역적은 시끄럽고 충신은 조용하다는 것 알아야 한다.

조용한 충신 아닌 시끄러운 사람 틈에 있다 보면 중요한 것을 거슬리게 된다. 여기저기서 삐걱대는 소리 그냥 나는 소리가 아니다. 외국에 나가 대통령을 잘 못 모시는 거듭된 실수 아래로부터 들려오는 소리 듣지 않은 데서 일어난 것이다. 일례로 네가 무엇 알아, 그렇게 윽박지르며 꿇리고 그러면 누가 말하겠는가. 일하겠는가. 입 봉하고 시킨 대로 하고 눈치나 보고 그날그날 무사하기만을 바라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공직자들의 행태가 그렇지 않은가 싶다. 만에 하나 그렇다면 그것 공직자들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만든 정부 윗물이 잘 못이다.

윗물에 계신 분들 각급 공직자들이 하는 말에 대해 반대나 충고라 생각하지 말고 듣고 새겨 보기 바란다. 보다 나은 국가사회를 위해서 서슴지 말고 의견을 내고 또 듣는 것 부끄러워하지 말고 반겨 들어라.

그리고 고칠 건 고쳐라. 인간은 신이 아니다. 살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사는 것이 인간이다. 충고는 미처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가르침이다. 직위 고하와 재물의 유무를 떠나 충고는 세상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 대통령에게도 때론 국민의 충고가 필요하다. 대통령이라고 만능이 아니다. 국가 흥망성쇠를 생각해서 들을 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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