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산마루에 꽃이 피었다
저곳을 수없이 넘나들었지만
만개한 꽃에 한나절 나비처럼 취해 있었다
취하는 일도 때로는 꿀을 빨듯 달콤해진다
그래서 꽃에만 앉으면 떠날 줄 모르는 나비의 마음을 안다

꿀을 위해서가 아니라 꽃이 좋아 종일토록 시간을 보낸다
저렇게 한가롭다고 세월이 무너지지 않는다
다른 꽃에 욕심내지 않고
속절없이 한 꽃에만 머무는 나비를 그래서 사랑한다
아무리 급해도 오랫동안 꽃에 앉아
취할 줄 아는 나비를 사랑한다




<감상> 한 꽃에 오래 머무는 나비처럼 몰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나비처럼 오랫동안 다른 꽃에 욕심을 내지 않고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시인은 나비를 사랑하고 나비와 같은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나비는 짧은 일생이지만 한눈팔지 않고 한가롭게 꿀을 빨듯 달콤하게 한 생을 마감한다. 반면에 인간은 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남의 것을 탐내며 차지하려 한다. 죽어서는 부와 명예를 자랑하려고 봉분을 높이 쌓고 비문을 새겨 넣는다. 나비는 살아서는 꽃에 취할 줄 알고 죽어서는 자신의 몸을 풍화시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시인은 당연히 나비를 사랑할 수밖에 없고 아름다운 비늘가루의 무늬를 따라간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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