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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폐업 쓰나미'…지역경제 뿌리 휘청
자영업 '폐업 쓰나미'…지역경제 뿌리 휘청
  • 손석호, 오종명, 박용기 기자
  • 승인 2019년 10월 21일 21시 3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2일 화요일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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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330㎡ 이상 중대형상가 4곳 중 1곳은 '공실'
구미·안동 주요상권도 '빈 점포' 늘고 거래율 '뚝'
장기 불황에 소비심리 위축 골목상권 시름 깊어져
21일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유흥주점 상가 거리에는 임대 문의를 알리는 전화번호가 곳곳에 붙어 있다. 이 거리는 건물마다 1~2개 가량의 임대 문의 연락처가 붙어 있으며, 휴일 낮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포항과 구미·안동 등 경북 주요 도시 곳곳에 길게 드리운 자영업 불황이 중대형 상가의 높은 공실률 지표 등 각종 지표로 나타나면서 골목상권 암울함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21일 정오 포항시 북구 양덕동 음식점 및 술집 주요 거리.

곳곳을 둘러보니 상가 한 건물 건너 한 건물 꼴로 빠지지 않고 점포가 빈 곳에 ‘임대 문의’, ‘임대(분할 가능)’, ‘주인 직통’ 등 임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연출됐다.

같은 날 포항 또 다른 소비 상권 중심지인 중앙상가.

이곳 역시 주요 판매 품목인 의류 상점 등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활력을 잃은 모습이 역력했다.

포항 중앙상가 한 상인은 “장사가 비교적 잘될 때보다 70~80% 판매가 급감했다. ‘2년 전에 비해 판매가 절반가량 준 곳이 그나마 선방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이 상인은 이어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에 인건비 상승으로 종업원 고용도 줄고, 시장 현실과 맞지 않은 상가 임대차보호법 등이 겹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소상공인들은 수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침체 여파로 텅 빈 상가 점포가 늘면서 중대형상가를 중심으로 공실률(空室率·빈 점포 비율)이 치솟고 있다.

경북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8.3% 수준으로 전국 평균 10.6%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전국과 경북, 포항의 상가공실률 현황. 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포항의 중대형상가 (330㎡ 이상) 공실률은 24.7%로 전국 최고 수준에 달했다. 상가 4곳 중 1곳은 비었다는 뜻이다. 2015년 14%, 2016년 16.8%, 2017년 17.7%, 지난해 21.3% 등 매년 포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치솟고 있다.

감정원과는 별도로 포항시가 올해 4월께 포항의 전체(중대형·소형 상가 포함) 상가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9.4%를 보였다. 장량동 23.7%, 상대동 22%, 우창동 21%, 청림동 17.2%, 중앙동 10.4% 등 상가 규모를 불문하고 지역 곳곳의 높은 공실률을 반영했다.

사정이 이렇자 골목상권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상가건물 주인과 세입자가 협의해 임대료를 아예 낮추거나, 일정 기간 상가·사무실 등을 무료로 빌려주는 무상임대인 ‘렌트-프리(rent free)’가 일부 속속 협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기화하는 상가 공실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포항시, 골목상권 심폐소생 2020년 골목상권 르네상스 추진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 부국장은 “3년 전부터 포항의 인구유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다 장기적 경기 침체로 고용·소득 등 소비 기반 경제 성장이 안 돼 상권 회복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가정에는 한 푼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타 지역의 창고형 대형 유통 점포에서 식자재 등을 저가에 구매하는 등 소비 패턴도 바뀌는 추세다. 또 지진과 김영란법 등에 따른 심리 위축으로 술집 등 유흥 소비 역시 침체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정은 구미도 마찬가지다.

계속된 경기침체 속에 구미 시내 곳곳에도 빈 상가 매매와 임대를 알리는 문구들이 걸려있다.

한때 구미 중심이던 구미역 일대는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활기를 잃은 지 오래됐고, 그나마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인동과 진평동 상가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인동에서 공인 중개업을 하는 A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인동과 진평동, 소위 잘나가는 상가 지역에는 권리금이 있어도 서로 들어오려고 했지만, 지금은 권리금이 없어도 아무도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며“그나마 구도심인 구미역 일대보다 인동 쪽이 더 활기를 띠었지만 이마저도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어기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시)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업종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전체 자영업자는 58만6209곳에 이르렀다. 이중 가장 많이 폐업한 업종은 도·소매업으로 15만4728곳(26.4%), 숙박·음식업이 14만1164곳(24.1%)으로 그 뒤를 이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는 563만명 가량이며, 이중 도·소매업(20.7%)과 숙박·음식업(11.7%)이 전체 자영업자의 32.4%를 차지했다. 2016년 기준 창업 이후 5년 생존율은 도소매업의 경우 25.4%, 숙박·음식점업은 18.9%로 전체 생존율 28.5%보다 낮다.

안동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안동 구시장과 중앙문화의 거리 일원 시내 중심가에도 빈 점포들이 하나둘 늘어 1년 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공실 기간이 2∼3년 되는 곳도 여러 곳, 여기에 2층 이상은 아예 거래가 안 되는 곳도 많다.

특히 도청 신도시로 인구 유입이 가시화되면서 원도심의 상권도 자연 도태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하소연도 늘고 있다.

안동시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빈 점포는 중앙문화의 거리 15곳, 안동구시장 22곳, 중앙신시장 66곳으로 파악됐다.

도청 신도시에 음식점을 열었다가 접고 다시 돌아온 K(56)씨는 “도청 신도시로 처음엔 기대를 품고 갔지만 높은 임대료에 매출은 떨어지고 인건비는 오르고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며 “도청 이전이 호재가 아니라 오히려 악재가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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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호 기자 ssh@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검찰, 법원 등 각급 기관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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