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컨테이너도 비좁아
작업장 한 편 그늘에 종이박스 깔고 안전화를 벗는다

땀에 절어 축축해진 내 두 발을 용케도 견뎠구나.
애썼다 / 나의 안전화여

밥 먹듯이 해고되어도 날 품었고
밥 먹듯이 골병드는 날에도 무너지지 않게 날 떠받쳐 주었다

묵묵하게 내 젖은 몸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고
끈덕지게 내 젖은 몸을 이해하려 했다

내 고단한 생에 딱 들어맞게 밀착된 너의 도정!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너의 한 걸음 / 너의 두 걸음

바닥을 견디는 힘이었다




<감상> 고흐의 신발처럼 안전화는 위선을 떨지 않고 정직함을 보여준다. 땀에 젖은 두발을 견디게 하고, 해고되어도 품어 주고, 골병드는 날에는 무너지지 않게 떠받쳐 주는 존재다. 신발은 노동하는 시인의 모든 걸 받아주므로 삶의 동반자이다. 고독하고 고단한 인생살이에 시인의 젖은 몸을 듣기 좋아하고 이해하려 한다. 반면에 딱딱하게 빛나는 구두는 흙과 노동을 천하게 여기고 남을 지배하려 하므로 굽이 높다. 몸을 이해하려는 구두를 버리고 주인은 새 구두를 사서 신을 것이다. 인생역정을 담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안전화는 바닥을 견디는 힘이다. 안전화를 신고 있기에 비바람 속일지라도 안전하게 견뎌나갈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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