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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선비들의 산수 유람
[삼촌설] 선비들의 산수 유람
  •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 승인 2019년 10월 23일 18시 0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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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가에 심어 놓은 국화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춥지도 덮지도 않은 좋은 계절, 가을이 기후변화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이 가을, 가까운 곳으로 라도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강박증이 들 정도다.

우리나라의 산수는 꽃피는 봄과 단풍드는 가을이 특히 아름답다.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을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한 끝에 목적지를 정한다. 요즘 사람이나 옛날 사람들이나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여행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데도 일종의 도(道) 같은 것이 있었다. 불교에서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을 통한 인식 체계를 육식(六識)이라 하는데 풍경을 감상하는데 육식이 동원 했으니 말이다. 육식은 눈으로 보는 시각(色), 듣는 소리(聲), 향기를 맡는 후각(香), 혀로 느끼는 미각(味), 온 몸으로 느껴지는 촉각(觸), 헤아리고 판단해 분별하는 인식(法)이다. 도를 깨우치는 데만 육식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데도, 살아가는 데도 우리의 모든 인식체계가 동원돼야 ‘제대로’인 것이다.

퇴계가 49살 때 단양군수에서 풍기 군수로 전근돼 왔다. 그해 그는 어릴 때 영주와 풍기 사이를 오가며 바라보던 ‘40년 동안 오직 꿈에 생각하고 마음으로만 달린’ 소백산 탐승(探勝)에 나선다. 3박 4일 간의 소백산 풍경 감상을 기록한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에는 퇴계의 심미안이 돋보이는 풍경 감상 10계명이 소개돼 있다. 여행에 참고할만한 풍경 감상법이다.

특이한 것을 보면 △몸을 굽혀 물소리를 듣고, 앉거나 기대고 드러누워 색다른 풍경을 즐기라는 다양한 자세로 감상하기 △계곡에서는 산 어귀로, 산마루에서는 사방으로 시선을 두라는 풍경에 맞춰 시선과 시각 크기 조절하기 △기록이 있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 알 수 있다는, 즉 아는 만큼 보인다는 미리 공부하고 가기 등이 있다. 안동시립민속박물관이 23일부터 내년 6월 말일까지 선비들의 산수 유람 관련 화첩과 각종 기록물 등 60여 점을 골라 ‘안동 선비, 산수를 유람하다’ 특별전을 열고 있다. 안동 여행길에 한 번 둘러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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