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기획자(ART89)
김경숙 기획자(ART89)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워야 할까? 집을 짓는 모습을 보면 무조건 채운다고, 또는 비운다고 집이 되질 않는다. 비움과 채움이 적절히 맞아떨어져야 집이 완성된다.

2018년 안동에서 전시 기획한 ‘경북조각회’ 이점원 작가가 8월에 소식을 주셨다. ‘올여름은 청주공예비엔날레 출품작 준비로 겨우 한숨 돌린다. 이제 뒷마무리만 하면 되신다’고 하셨다. 청주비엔날레는 10월 8일부터 11월 17일까지 행사장 및 일원에서 행사가 열린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 전람회‘를 일컫는 말로, 이탈리아어다. 세계 3대 비엔날레로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가 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베니스 비엔날레‘이다.

위에민쥔 作 웃겨 엄첨 웃겨

‘베니스 비엔날레’의 유래를 찾아보면(주자나 파르치 作) 19세기 말, 베네치아의 시장이자 희곡작가인 리카르도 셀바티코는 도시 외곽의 무기교 근처에 있는 공원 ‘자르디니( Giardini)’를 좀 더 왕래가 많고 또 그로 인해 활발한 상업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커다란 전시관을 세우고 2년에 한번 씩 파리 살롱전 같은 규모의 미술전을 열기로 한다. 이 전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큰 파장을 만들어 낸다.


주말, 나들이 겸 가족과 청주를 다녀왔다. ‘청주 공예비엔날레’의 주제는 ‘미래와 꿈의 공예 - 몽유도원’이다. 조직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빛나는 도원은 우리가 일상에서 홀연히 떠나는 산책길과 연결되었고 산책이 끝나면 미련 없이 현실로 돌아오는 삶의 태도를 말하고자 했다. 관객은 공예가 있는 삶을 산책하는 몽상가가 된다.

이점원 作 하늘날기

전시장엔 초대국가관, 초대작가전, 공모를 통한 작가전, 페어, 학술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차원과 삼차원의 공간, 소재의 결합, 세련된 색채 구성, 기능과 예술의 만남.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 또 다른 예술로서의 공예를 보여주고 있다.

초대국가관에는 덴마크, 헝가리, 중국 아세안 10개국이 참여했다. 맨 처음 발길을 옮긴 국가관은 덴마크관이었다. ‘Crafted Matter(공예가 된 물질)’이라는 주제로 전시되고 있었고, 중국관에는 어마어마한 작품가격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 현대미술 작가 ‘위에민준’, ‘팡리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 기획전에는 한국, 미국,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 네델란드, 일본, 중국 등 8개 나라 작가가 참여했다. 작년 단청의 화려한 색감으로 ‘나무를 타는 사람들’ 주제로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셨던 이점원 작가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하늘날기’라는 주제다. 색채, 형태가 밝고 경쾌하다.

이점원 作 하늘날기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

작품 하나하나 살펴보면 즐겁게 놀이하듯이 뚝딱! 나무를 다듬었다. 형태를 섬세하게 다듬었다면 ‘즐거움’의 느낌이 반감되었을 것 같다.

이전 이점원 작가의 작품(토르소)을 검색해 보면, 인체의 비율과 움직임, 재료의 질감이 나타나는 세밀함이 느껴지지만, ‘하늘날기(비엔날레 작품)’는 어떤 것을 채우고 비워낸 느낌이다. 즐거움(樂)과 이상향을 향해 날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의 표정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까닭이 아닐까?


‘그 나무 생김새를 왜곡시키지 아니하며 사람을 한 사람씩 두 사람씩 제작을 하다 보니깐 그날그날 새로운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니깐 제작 과정에 저 나름대로 자유를 만끽한다고 할까요’ - 이점원 작가

단풍이 붉고 노랗게 물들고,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있지만 가끔은 또 다른 무릉도원. 예술의 색과 향기를 찾아 떠나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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