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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시설마저 철거위기인 남북관계 현주소
금강산 시설마저 철거위기인 남북관계 현주소
  • 연합
  • 승인 2019년 10월 23일 18시 1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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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금강산관광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는 초강수를 뒀다. 김 위원장은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은 전했다. 과감한 선대 정책 비판은 그 자체로 북한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데다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조치여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경관과 어울리는 현대적인 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지침도 내렸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관광 재개가 이행되지 않는 것을 겨냥한 거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이에 따른 남북 교류·협력 중단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 일이기도 해 아쉬움과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북한은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측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남측에 “미국 눈치 보지 말라”며 조건 없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해 왔고,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는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밝힐 만큼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현금 대량 이전 등을 금하는 유엔 대북 제재 등에 막혀 남측이 만족할 만한 조치를 내놓지 않자 충격요법을 내세운 것이다. 남북의 범위를 넘어서는 한반도 정전체제의 특수성과 유엔의 대북 제재 등을 고려한다면 남북 경협을 우리 정부만의 결정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도 말이다. 북미 협상의 진전과 이에 따른 남북 교류·협력의 선순환 구도는 그래서 중요하다. 북한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겠지만 남한이 외세에 의존하고 있다며 민간 교류조차 거부해 왔다. 우리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 지원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동 방역 제의에 응하지 않았고, 월드컵 예선인 평양 남북 축구전엔 응원단, 취재진의 방북과 생중계를 불허한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치·외교 갈등을 이유로 인도주의와 스포츠 분야 협력까지 피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사안을 가려서 실행 가능한 일은 우선 추진하는 탄력적인 태도를 보이길 촉구한다.

금강산관광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여로 1998년 11월 해로를 통해 시작된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다.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경비병의 총격에 숨지는 사건으로 중단되기까지 남한 사람들에게 최고 명산 관광의 기회를 줬고 남북 간 이질감 해소와 인도주의 실현에 많은 기여를 한 게 사실이다. 북한의 진짜의도와 향후 행보는 더 분석하고 지켜봐야겠지만 여러모로 남북 관계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악재임이 분명하다. “남측과 합의해 시설을 들어낸다”, “금강산에 남녘 동포가 오는 걸 환영하지만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근래 북한이 중국 기업들을 주목하며 금강산 등 관광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내는 것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이 대북 제재 우회로를 모색하는 행보라면 북미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여서 대미 압박 메시지일 수도 있다. 북한은 대미·대남 협상력 키우기 차원이라고 해도 압박이 지나치면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진짜 의도 파악과 함께 우리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빈틈없게 대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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