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돌봄의 인문학] 생강편 만들기
[돌봄의 인문학] 생강편 만들기
  • 최영미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9년 10월 24일 17시 1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미(최라라)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최영미(최라라)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싱싱한 생강을 고르기부터가 시작이다. 내가 만든 것을 누가 먹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시작단계의 일부분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즈음, 김장을 하는 손들이 분주해지는 즈음이 생강은 제철이다. 주의할 점은 한쪽이 썩거나 곰팡이가 피었을 때 그 부분만 도려내고 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그 성분이 생강에 전체적으로 퍼져있어서 과감하게 통째로 버려야 한다. 씻고 다듬는 공을 들이기 전 발견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안타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 더 큰 공을 들여도 포기하고 잊어야 할 일들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가.

말끔하게 씻고 다듬어진 생강을 1-2mm 두께로 썬다. 생강은 대체로 단단하고 크기가 작고 둥글어 손을 다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한눈을 파는 것은 금물이다. 잘 썰린 생강을 하루 동안 물에 담가놓는데 생강이 가진 독하게 매운 성분이 그 정도는 지나야 순해진다. 이상한 것은 사람이나 생강이나 마음을 정리하고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강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에 향신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생선의 비린내와 육류의 누린내를 제거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내가 생강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생강편을 통해서였다.

만학도 한 분이 자신이 직접 만든 거라며 생강편 한 통을 가방에 쑥 넣어주고 갔다. 생강은 향이 진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며칠을 그렇게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러다 공복으로 출근을 하던 중 갑자기 그 생강편이 떠올라 한 조각을 꺼내 입에 넣었다. 매운맛보다는 달콤함이 혀끝에 먼저 느껴졌는데 단맛이 매운맛을 중화시켜 묘한 뒷맛이 느껴졌다. 매운맛이라 빈속을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위를 편안하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검색해본 결과 생강이 위뿐만 아니라 심장이나 혈행의 개선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했다. 더욱이 면역력을 강화 시켜주기도 하고 여성 질환을 예방하는데, 평소 손발이 차거나 생리통이 심한 여성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한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잔병치레를 막고 노화도 방지해주어 중년여성들에게 좋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좋은 효과가 이렇게나 넘치는 생강이라니!

매운맛이 빠지도록 그렇게 하루를 지나는 사이 너를 잊지 않았노라,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물을 몇 번은 갈아주어야 한다. 이제 생강을 건져 다시 물을 붓고 끓이는 과정이다. 갈 길을 반 즈음은 간 셈이나 강도 높은 오르막이 있으므로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춰 매운맛이 충분히 빠져나올 때까지 약불에서 삼십분 즈음을 더 끓인다. 성향에 따라 시간은 조절하면 되는데 매운맛을 좋아하면 빨리 건져내면 된다. 물기를 빼고 난 뒤 설탕의 무게와 1;1비율이 되도록 냄비에 넣고 졸이는데 이때 유기농원당을 쓰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물기가 줄어들고 나면 불을 줄여 하얀 결정체가 형성될 때까지 저어야 한다. 껍질을 벗기고 써는 시간만큼 힘든 시간이나 다만 이때는 한눈을 팔아도 된다. 옆에 한 사람을 앉혀놓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흐를 수도 있는 시간이리라. 마침내 생강이 하얀 옷을 입고 딱딱한 편이 되는 순간, 힘들었던 과정들이 그렇게 하얀 옷을 입고 마음속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오랫동안 공 들이고 기다렸던 그 순간이다. 가장 예쁘게 만들어진 한 조각을 집어 그 사람의 입에 넣어주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