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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최익현과 노영민
[삼촌설] 최익현과 노영민
  • 설정수 언론인
  • 승인 2019년 10월 24일 17시 2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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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은 쓰러져가는 국운을 붙잡기 위해 최익현을 불렀다. 유림의 존경을 받고 있는 그의 고견을 듣고자 해서였다. 좀처럼 타협하지 않는 그의 성품 때문에 고종과는 불편한 관계였지만 국가의 존망이 걸린 위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최익현은 단도직입적으로 고종에게 물었다. “폐하께서는 지금이 태평한 시대가 아니라 난세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고종이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하자 최익현의 간언은 이어졌다. “폐하께서 지금이 난세라는 것을 알고 계신다면 어지럽게 된 원인도 알고 계십니까. 이렇게 민심이 흩어진 원인은 무엇 때문입니까. 하늘의 명을 섬겨 백성을 다스려야 하는 폐하의 정성이 극진하지 못해서가 아닙니까. 관리들이 폐하의 덕을 받들어 나가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백성들이 자기의 살점을 씹으면서까지 외국 사람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근원을 따져 보면 관리들이 탐욕스러워 민심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500년 동안 이어온 종묘사직과 삼천리 강토가 장차 일본에 의해 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이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다음에야 남이 업신여기는 법이니 지금 이 상황을 어찌 전적으로 저들의 탓으로만 돌리겠습니까. 을미년의 큰 참변(을미사변)이 있은 후 임금과 신하, 위 아래 모두가 좀 더 분발했더라면 오늘날 나라의 형편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는 나라가 망하게 됐으니 아무리 훌륭한 계책이 있은들 어디에 시행하겠습니까. 하지만 앉아서 망하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는 지금이라도 깨닫고 대책을 세워 나아가면서 다시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군주는 무능했고, 신하들은 부패해 권력을 탐하고, 가렴주구를 일삼아 나라를 망할 지경으로 만들었으나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 봄으로써 일말의 가능성을 찾아보자고 고종에게 요청했던 것이다. “나라는 스스로 공격한 다음에야 남이 공격하고, 사람은 스스로 업신여긴 다음에야 남이 업신여긴다”는 맹자의 잠언까지 인용한 최익현의 간언은 문재인 대통령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최익현의 직언 용기를 본받아야 할 사람은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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