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변인
전상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변인

국제통화기금 IMF는 올해 대한민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세계 31위인 31,937달러로 내다봤다. 일본과 불과 여섯 계단 차이다. 구매력평가(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으로 따지자면, 37,542달러로 일본을 2023년께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을 넘는 30-5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992년 일본 이후 미국(1996), 영국, 독일, 프랑스(이상 2004), 이탈리아(2005)에 이어 7번째다. 무섭게 추격하는 한국 경제에 대해 일본 아베정부의 견제와 경쟁 심리는 오늘날 경제 보복으로 발현됐다.

한·일 갈등의 본질은 미·중 무역 분쟁과 마찬가지로 기술패권 전쟁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혁신은 국가경제의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산업혁명에 무관심했던 중국과 조선은 19세기 태평양을 건너온 검은 함선에 힘없이 무너졌다.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결과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소련과 미국의 우주 경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57년 소련은 미국보다 먼저 우주를 향해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이듬해 군과 민간의 과학기술 역량을 결집한 NASA(미항공우주국)와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를 설립했다. NASA는 소련보다 먼저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임무를, DARPA는 국방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후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에만 총 250억 달러, 현재 가치로 약 20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무모한 경쟁, 예산 낭비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NASA가 개발한 첨단기술에서 내비게이션, 무선청소기, 냉동 건조식품과 전자레인지, 핸드폰용 카메라, 귀 체온계, 공기정화기 등 수 많은 제품이 만들어졌고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과 파급은 최대 14배의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해석이다.

기술혁신은 지역 경제의 변곡점이 되기도 한다. 산업혁명 후 철강위주의 중공업도시로 성장했던 영국 사우스요크셔주 셰필드 시는 세계경제불황과 제조업의 부진으로 1970년대 이후 깊은 경기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 이후 항공기로 유명한 보잉(Boeing)사, 셰필드 시, 셰필드대학은 2001년 AMRC (Advanced Manufacturing Research Center)를 설립해 도시부흥에 나섰다.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고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신규일자리 창출과 경기활성화가 재개됐다. 현재 AMRC는 영국 6대 항공·복합재연구소 중 하나로, 650여 명의 연구 인력과 기술자들이 우주항공, 자동차, 신소재, 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첨단제조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으며 보잉, 에어버스(Airbus), 롤스-로이스(Rolls-Royce) 등 140여개의 글로벌 기업들과 네트워크 하고 있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은 첨단 신소재·부품산업이다. 이는 전자, 자동차 등을 망라하는 융·복합 기술 산업으로 특히 경북의 잠재력과 궤를 같이 한다. 경산~영천~경주를 잇는 전국 최대의 자동차부품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고, 포항~경산~구미 축으로는 포스텍, 가속기연구소, 경북테크노파크, 막스플랑크연구소,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등 최고수준의 R&D기관이 위치해 있다. 지방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톱니바퀴 같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식창출과 기술공급의 혁신생태계 구축으로 경북의 자산과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킨다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위기가 곧 기회다. 이번 기회에 신소재 부품산업 등의 기술력을 강화해 지역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자. 추격형 경제의 한계를 넘어 선도형 혁신전략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범국가적 역량을 모으면서도 지역 경제를 그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지역 경쟁력 강화는 경제 강국을 위한 국가전략이면서 열도를 뛰어넘어 한국 경제의 기틀을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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