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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댓글이 아니라 악플, 폐지보다 보완책 마련을
문제는 댓글이 아니라 악플, 폐지보다 보완책 마련을
  • 연합
  • 승인 2019년 10월 27일 16시 3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8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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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이 이달 안에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경영진은 “인격 모독 수준이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2년여간에 걸친 숙고의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지속적인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의 충격적인 죽음이 최종 판단을 재촉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해 수익을 내는 포털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특히 연예 섹션은 뉴스 소비자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고, 여기에 달린 도발적 댓글들이 유사하거나 정반대의 댓글을 대량으로 견인해 트래픽을 늘리는 효과를 톡톡히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다.

현재 포털을 중심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우리의 오염된 댓글 문화는 ‘충격요법’이 필요할 정도로 황폐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설리 죽음을 계기로 악플 폐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자행되는 고질적인 악플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주만 해도 이별을 통보한 남자친구를 폭행·비방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우가 실명이 까발려지자마자 도를 넘는 악플의 융단폭격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한때 ‘욕쟁이’ 캐릭터를 앞세웠던 배우 김수미 씨조차 아들의 이성 교제와 관련한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을 단 누리꾼들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을 정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의 방식이다. 현재 운용되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폐지라는 ‘극약처방’을 쓰는 게 과연 정답인지, 또 그게 최선의 선택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좋든 싫든 댓글은 온라인상에서 우리나라 포털 이용자들의 중요한 소통과 공론의 장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연예인들은 인기를 먹고 살며, 팬덤은 중요한 토대다. BTS를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워낸 주역은 칭찬과 응원 댓글로 글로벌 여론을 주도한 ‘아미’였다. 이와는 정반대의 의미에서 음주운전과 마약, 성적 일탈, ‘빚투’, ‘미투’ 등 연예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건·사고와 관련해서는 팬들의 감시와 질타도 필요하다. 연예 기사 댓글을 전면폐지한다면, 팬들의 건강한 여론조성 창구를 봉쇄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로까지 얘기를 확장하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왜 연예 댓글만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 저주와 혐오, 편향과 배타의 언어는 정치·사회영역에서 댓글 문화를 더 오염시키는데 연예 쪽에만 메스를 대려는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다음 경영진은 “사회나 정치 뉴스와 달리 연예 뉴스는 인물 그 자체를 조명하는 면이 강해서 개인에 대한 악성 댓글을 최소화하려고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견 맞는 진단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댓글이 달리는 그릇 격인 함량 미달의 ‘잡동사니’ 기사들이 오히려 더 문제일 수 있다.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개인 일상은 물론 공항 패션에 이르기까지 호기심만 자극하는 기사와 사진들이 생산되고, 이를 버젓이 포털에 도배하다시피 걸어놓는 연예 기사 유통·소비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 댓글만 없앤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격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왜곡된 연예 기사 유통시스템을 포함해 곪을 대로 곪은 악플 문제에 외과적 수술을 시도해야지, 댓글 자체를 ‘안락사’시킬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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