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거울
‘글쓰기 연금술’의 저자 양선규 교수가 본격적인 인문학 산문집 ‘세 개의 거울’을 펴냈다.

지난 5년 동안 경북일보 등 신문 지상을 통해 발표한 글들을 한데 묶은 것이다. 양선규의 인문학 글쓰기는 특별하다.

인문(人文)을 삶의 무늬라 했을 때 그의 글쓰기는 지금껏 아무도 그려내지 못한 삶의 무늬를 찾아 떠나는 노마드의 끝없는 여로(旅路)라 할 수 있다.

그의 글을 처음 대하는 이들은 그가 그려내는 삶의 무늬가 난생 처음 보는 것들이라 순간 당황한다.

그러나, 관습적으로 주어진 도상(圖象)들이 아니라 그가 새로이 찾아낸 상징들을 통해 그려지는 아름다운 우리네 삶의 무늬에 곧 매혹된다.

‘세 개의 거울’은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따온 제목이다.

계모는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묻는다. 그렇게 물을 때는 자신의 나르시시즘이 옹호되기를 바라고 있을 때다.

그런데 거울은 그것을 거부한다. “여왕님이요!” 하지 않고 “백설공주요!”라고 답한다.

이른바 검은 거울이다. 자신의 불안과 걱정, 시기심과 질투를 그대로 보여주는 자의식이고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내면의 스승이고 인류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안한 유용한 문화적 장치다. 그런 의미에서 백설공주 이야기 속의 거울은 무의식의 반영이고 윤리적 교시고 문화의 힘이다.

이 책이 ‘세 개의 거울’이라는 제목을 취하고 있는 것은 저자가 그려내는 우리네 삶의 무늬가 대체로 그 세 가지 관점 안에서 포획되는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비슷한 글들은 하나도 없다. 70여 편의 길고 짧은 글들이 모두 자기를 주장한다.

양선규의 글을 읽어본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물음표에서 시작해서 느낌표로 끝난다.”가 그것이다.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나아가는 과정, 그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이 양선규 글쓰기 인문학의 정수(精髓)다. 먹방 등에서 흔히 하는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양선규의 글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글쓰기라는 것이다.

소설가 양선규의 본격적인 인문학 산문집 ‘세 개의 거울’은 쉽게 읽히면서 쉽게 잊히지 않는 감동과 발견을 선사하는 책이다. 자신을 찾고, 자신을 넘어서기를 원하는 뜻 있는 독서가들의 일독을 권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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