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료채취해 국과수 의뢰…외부 소행·관리 소홀 등 수사

경북에 있는 한 골프장의 연속 3개홀 그린의 잔디가 원인을 알 수 없이 고사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린 좌측 편에는 차량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골프장에도 드나들 수 있는 도로가 붙어있다.
경찰이 경북 지역에 있는 한 골프장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최근 특정 홀의 그린 잔디가 연이어 고사했는데, 외부의 소행인지 관리 잘못인지를 가리기 위해서다.

29일 해당 골프장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주 이 골프장의 7, 8, 9번 홀 그린 잔디가 죽어버려 급하게 잔디 보식 작업을 벌였다. 상태가 아직 나아지지 않아서 이용객들의 불만을 살 정도다. 정확하게 3개 홀 잔디가 언제 고사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골프장 측은 지난 23일 3개 홀 그린 잔디가 왜 고사했는지를 가려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3개 홀의 잔디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와야 수사의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갑작스럽게 잔디가 죽은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첫째는 외부인의 고의 훼손이다. 이게 밝혀지면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린 잔디가 죽은 3개 홀 바로 옆에는 도로가 있고, 차량을 이용해 얼마든지 골프장에 들어갈 수 있다. 잔디 사용 금지 고독성 농약으로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 측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외부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골프장 잔디가 죽은 원인을 수사하기는 경찰 생활 평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관리 소홀이다. 농약 혼합을 잘못한 실수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다만, 재물손괴죄는 과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골프장 간부는 “우리 나름대로 기술 자문도 받고 있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면서 “골프장 페어웨이와 그린을 관리하는 외주업체의 과실 가능성도 있고, 골프장에 불만을 품은 외부인이 도로를 통해 침입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더 언급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당 골프장 코스 관리업체는 “경찰 수사 중이어서 입장을 낼 수 없다”고 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단정하기는 어려워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수맥 때문에 잔디가 죽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경우의 수가 많다”고 전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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