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8년이 됐다. 기반이 모두 잡힌다는 30년(而立)의 세월이 다됐지만 지방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속 빈 지방자치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민들이 지방자치를 실감하는 것은 4년 마다 내 손으로 뽑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택하는 것이 고작이다. 지역민들이 뽑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도 극히 제한적이다. 해마다 예산 철이 되면 출장 채비를 해서 정부청사로, 국회로 뛰어다니며 예산 구걸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돼지 죽통 자치’라는 말까지 나왔겠나.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방과 국가의 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법의 국회 통과가 오히려 더 시급한 것이다. 지역에서는 정작 패스트트랙(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제)에 올려야 할 법안이 지방분권법안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가 균형발전은 민주주의 역사이자 민주당의 역사”라면서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펴겠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온갖 정쟁에 위축되고 있고,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은 여야의 극한 대치로 올해 내 처리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보다못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 지방 4대 협의체가 국회로 가서 지방분권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회장 신원철 서울시의회의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염태영 수원시장),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회장 강필구 전남영광군의회의장)가 29일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한국·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를 만나 지방분권 관련 법률안들을 연내에 반드시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지방4대 협의체장들은 이날 ‘실질적인 자치분권의 실현과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방4대 협의체 공동 대국회 촉구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지방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조속한 통과 △재정분권을 달성하기 위해 ‘지방세법 개정안’, ‘지방세기본법 개정안’,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지방재정법 개정안’및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등 재정분권의 기반이 되는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 △지방분권의 핵심과제인 ‘지방이양일괄법안’의 조속한 통과 △자치경찰제 시범실시를 준비하는 등 ‘경찰법 개정안’및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등의 구체적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지방은 급격한 고령화와 그에 따른 청년 인구 감소, 일자리 부족 등으로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입으로만 국가 균형발전이니, 지방자치니 해서는 안 된다. 서울 일극 체제로는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없다. 하루속히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방분권 법률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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