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를 보며 마음이 흔들렸다
영화 그랑블루 포스터처럼 솟구친
돌고래 한 마리
실금 같은 수평선에 마음을 흔들었다
보이지 않아도 절망해 본 사람은 안다
실연 뒤에 찾아오는
그, 친구 같은
밤바다는 사람에게
돌고래는 꽃이라고 외칠 줄 안다
그래서 돌고래는
사람들 마음에 수평선을 그어놓고 솟구친다
절망 분노 슬픔 연민 사랑 울분
그 어떤 나부랭이도 돌고래에겐 수평선
울부짖다 고요해지는
망망대해의 끝




<감상> 돌고래는 수평선을 조율하는 걸 몸으로 익혔기에 모진 풍랑 속에서도 자신이 놓일 자리를 금방 안다. 솟구치고 가라앉는 그 높이를 잘 알기에 균형을 유지한다. 절망을 겪는 이에게 밤바다는 ‘돌고래는 꽃이라고, 새싹이라고’ 외친다. 돌고래가 물을 품고 올라오는 모습이 꽃잎 같고, 꽃의 암수술 같고, 싹을 틔우는 모습 같기도 하다. 그래서 돌고래는 사람들 마음속에 수평선을 그어놓고 솟구친다. 사람이 칠정(七情)을 겪은 후 한번 고요해지는 그 순간이 수평선이다. 돌고래는 죽음에 이른 동료를 위해 수평선 위로 주둥이와 등을 이용해 마지막 헹가래를 친다. 결국 물의 흐름 속에 몸을 맡겨야 함을 깨닫고 수평선 아래로 헤엄쳐 가는 돌고래들, 혹은 사람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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