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85% 차지…화상상봉·상설면회소 등 시급
경북·대구서만 지난해 8월 이후 140명 세상 등져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당시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이 지난 2004년 7월 11일 금강산 온정각휴게소에서 열린 제10차 남북이산가족 첫 단체상봉에서 어머니 강한옥 여사(왼쪽)와 함께 북측의 작은 이모인 강병옥 씨를 만나고 있는 모습.연합

분단의 아픔을 간직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향년 92세 나이로 별세하면서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988년 이후 이산가족으로 등록한 국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고인이 된 데다 남은 이산가족 10명 중 6명은 80세 이상의 초고령이어서 ‘이별의 한(恨)’을 풀기 위한 자리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대구에서 거주하던 이산가족 140여 명도 지난해 8월 금강산에서 진행된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 일 년 사이 가족을 다시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30일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공개된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북 이산가족 수는 지난해 9월 1681명이었으나 일 년 사이 65명이 사망하면서 올해 9월에는 161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구는 1308명에서 1227명으로 총 81명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이산가족 통계가 시작된 2004년 당시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수는 경북이 2857명, 대구가 2450명이었는데, 16년 사이 추가로 등록된 이산가족 수를 고려하면 전체 이산가족 가운데 절반 이상은 고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생존해있는 이산가족들도 절반 이상이 고령이어서 생이별한 가족을 다시 못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88년부터 지난달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한 13만3360명 가운데 생존자는 5만3574명이다. 이 중 경북·대구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은 총 2843명으로 5.3%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산가족 연령대를 살펴보면, 80∼89세가 2만1687명(40.5%)으로 가장 많다. 이어 90세 이상이 1만2423명(23.2%), 70∼79세 1만1769명(21.9%), 60∼69세 4308명(8%), 59세 이하가 3387명(6.3%)이다.

통계상 만 65세 이상을 고령으로 분류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이산가족 가운데 85% 이상이 고령이며 80세 이상 비율만 해도 이산가족 중 절반 이상인 63.7%다.

‘북(北)에 있는 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절실함으로 앞서 통일부 남북이산가족찾기에 신청한 이산가족 모두 고령에 접어들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상봉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병석(더불어민주당·대전 서구갑) 의원은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를 제기하며 “이산가족 화상 상봉, 영상편지 교환에 대한 대북 제재 면제 절차가 완료된 상태다.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또한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7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축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에 노력할 의지를 내비쳤다.

이 총리는 “지금 남북관계는 소강 국면에 섰다. 남북의 여러 합의 이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이산가족 만남을 신청하신 어르신 열 분 가운데 네 분만 생존해 계신다. 우리는 지구 상에서 가장 긴 이별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화상 상봉과 상설면회소를 통한 상봉 정례화를 서둘러야 한다”며 “그렇게 되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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