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자전거 만드는 법 알려줄게요. 감나무여도 살구나무여도 괜찮
아요. 푸른 하늘로 솟아오르고 싶어한다면 말이죠. 세발자전거든 두
발자전거든 상관없어요. 허공으로 날아오를 준비만 돼 있다면요 앞
마당 과실수에 자물쇠 채워진 채 낡아가는 자전거 본 적 있나요? 주
인은 이사 가고 버려진 집이어야겠지요. 아이에겐 자전거 따위 이제
필요 없어야 하겠지요. 그러고도 세월이 까마득히 흐른 뒤여야 해요.
나무는 자기도 모르게 하늘로 조금씩 뻗쳐 오른 거고요. 자전거는
비바람에 그저 낡아간 거고요. 그러니까 까치발 선 자전거보다 나무
가 몇 뼘 더 자라, 저렇게 대롱대롱 자전거가 매달린 거겠지요. 밤마
다 나무는 자전거를 타고 날아오르는 꿈을, 자전거는 나무를 태우고
솟구치는 꿈을, 저기 좀 봐요. 노인네 손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는 나
무 둥치! 붉은 녹물 줄줄 흘리고 있는 자전거! 저는 지금요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있는 저 시린 풍경을 말하는 거예요.




<감상> 나무도 페달 밟고 솟아오르는 꿈을 꾸기에 자전거 한 대씩은 가지고 있다. 허공으로 날아가기 위해 물을 길어 올려야 하고, 하늘로 가지를 뻗어야 한다. 그러면 나무는 새처럼 날아간다. 나뭇잎이든 열매든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간다. 그동안 열심히 밟은 페달의 힘으로, 바퀴의 속력으로 나아간다. 어느 순간 자전거가 먼저 녹물을 흘리고 무덤으로 굴러가므로, 나무는 동질적인 자전거를 껴안아 준다. 나무이든 자전거이든 물고기이든 인간이든 스스로 궁굴어 가는 자전(自轉)의 원리는 벗어날 수 없는 법, 서로 고되다고 위로하면서 살면 그뿐. 그 시린 풍경을 말하고 기록하는 게 바로 시인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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