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10·3 문재인 정부 규탄’을 위해 광화문 광장에 모여든 수많은 군중들을 보고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은 내년 총선거는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생각들을 한듯하다. ‘조국사태’때 문 대통령이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장관 카드를 밀어붙이자 문재인 정부 지지층인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이 등을 돌리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반사적으로 한국당으로 지지층이 몰렸다. 한국당은 지지율이 30%를 넘어서고 민주당 지지율과 오차범위 안으로 줄어들며 정국 주도권을 잡고 내년 총선 지형도를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는 듯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어이없이 조 전 장관의 사퇴가 자신들의 공(功)인 양 자당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상품권 잔치를 벌이고 여기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관련 피고발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공천에 가산점을 주겠다는 뜬금없는 발표까지 해 당내 반발 분위기가 고조되고 연말 원내대표 선거용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황교안 당 대표가 “가산점을 주겠다고 말한 일이 없다”며 급한 불을 끄는 공식 발표를 하는 등 자중지란을 보여 국민으로부터 ‘혹시나’ 했던 한국당이 ‘역시나’로 탄핵 사태 때의 본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혹평을 받았다. 한국당의 추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제1야당의 품격을 찾아 볼 수없는 ‘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애니메이션 상영’으로 또 한 번 비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여권은 “천인공노할 내용에 말문이 막힌다”며 반발했고 한국당 내에서도 “과도한 수위로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당은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3대 가족 6명과 반려견 1마리로 구성된 당 캐릭터 ‘오른소리 가족’을 처음 선보이는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여기서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제목의 4분 26초짜리 애니메이션을 상연한 것이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이야기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 캐릭터는 신하들이 건넨 투명한 안보 재킷, 경제 바지, 인사 넥타이를 착용한 ‘팬티 바람’으로 등장했다. 문 대통령 캐릭터는 조국 전 법무장관 캐릭터가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모습을 보곤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를 차니 더 멋있구나”라고 말한다. 백성들은 속옷 차림의 문 대통령 캐릭터를 가리켜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 버렸군”이라고 비웃는다. 동화가 끝나자 오른소리 가족의 손자·손녀 캐릭터는 “정말 재미있다”며 웃었고 할아버지 캐릭터도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이란다”라고 조롱했다. 여당은 반발했고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천인공노할 내용을 소재로 동영상을 만들어 누구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힌다”고 흥분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과연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당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 홈페이지에도 “이런 식으로 나가면 한국당의 끝은 침몰뿐이다”는 비판의 글도 실렸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 국회전시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한 그림 ‘더러운 짐’이 전시됐던 사실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이번 논란에 한국당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어찌 됐건 자신의 호감도가 바닥인데도 남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 갖고 잔칫상을 벌이는 정당에게 민심이 돌아설 수 있을까.

지난 2월 황교안 대표체제가 들어선 후 한국당 지지율이 다소 높아졌으나 이는 한국당 자체의 인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 이익의 덕이 컸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한국당은 상대방 자책골에 의존하는 ‘천수답 정치’ 수준이라고 평하고 있다. 여기다 황 대표의 리더십과 몸에 배지 않은 정치인의 모습, 순발력 부족 등이 황 대표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60%를 상회하는 비호감도에서 웰빙, 기득권, 꼰대뿐 아니라 무능 이미지까지 덧씌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힘들고 절망감에 빠져드는 국민들이 “한국당 너희당에 기대를 걸려고 하는 데 비전이 뭐냐”고 묻고 있는데도 당 지도부는 국민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총선 6개월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뚜렷한 비전도 전략도 없이 정치를 희화화하는 헛발질의 모습만 보이는 한 내년 총선에서의 성적표는 보나 마나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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