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상중(喪中)인데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것은 예의가 없는 것 아니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이 장례 절차를 마치고 청와대로 사실상 복귀한 다음에 발사가 됐다”고 답했다. 북한이 모친상을 입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도발을 했지만 ‘장례 절차가 끝난 시점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정 실장은 한술 더 떠서 “상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북한보다 적지 않게 (우리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 실장의 발언은 얼핏 북한 인민군 대변인의 말처럼 들린다.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한 의원이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의원이 다시 “떠오르지 않아요? 이거 심각하다”고 다그치자 “아니, 가장 잘못한 거라고 말씀하시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노 실장의 발언은 지금의 심각한 경제 지표와 인사실패 등 수많은 잘못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명예교수이자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존 코터(John Kotter)는 리더들의 상황에 맞지 않는 화법에 대해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정말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알긴 하지만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소평가해서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어서라고 분석했다.

정 실장이나 노 실장의 발언은 무슨 의미의 ‘유체이탈 화법’일까. 정 실장의 발언은 북한의 무례함을 알긴 하지만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거나, 애써 과소평가하는 듯이 보인다. 노 실장의 발언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하고, 대단히 잘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대규모 조국 반대와 찬성 집회가 열려 나라 전체가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 대해 “국론분열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야당 원내대표는 “상식과 양심의 분열이고 유체이탈식 화법”이라 지적했다.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두 실장의 유체이탈 화법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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