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편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은 그 분의 삶 세상에 보여줄 때"

2일 포항시립도서관 1층에서 민족시인 한흑구를 말하다 2019흑구문학학술발표회가 열렸다. 한명수 경북문인협회 작가의 발표회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민족과 조국을 항시 생각한 ‘민족시인’ 한흑구 선생의 삶과 작품을 재조명하는 학술발표회가 포항에서 열렸다.

2019 흑구 문학 학술발표회 ‘민족시인 한흑구를 말하다’가 지난 2일 포항 포은중앙도서관 여울마루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학술발표회는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가 주관, 포항시립도서관이 후원했다.

평양 출생인 ‘흑구(黑鷗·검갈매기) 한세광’은 미국 유학 등을 거쳐 해방 후 포항에 정착했으며, ‘보리’‘인생산문’ 등 작품 등 빼어난 수필 문학가로만 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흑구는 ‘끝까지 지조를 지키며 단 한편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고 시 한 줄에도 나라를 생각한 민족시인’으로서도 탁월한 작품 활동을 했고, 독립 운동가이자 농촌계몽가 등 다양한 면모가 있음을 이번 발표회를 통해 포항 시민에게 크게 각인시켰다.

흑구문학연구소 대표인 한명수 작가는 발표자로 나서 “평양에서 태어난 한흑구는 아버지인 한승곤 목사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조직한 민족운동단체 흥사단 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오랫동안 독립 운동을 한 독립운동가”라며 “그는 또한 아내 방정분 여사와 함께 농촌 여성을 위한 야학을 여는 등 농민생활 개선에 노력한 농촌계몽가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일제 박해와 갖은 유혹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민족정신을 지켜 친일 문장을 남기지 않았다”며 “일제의 검열을 피해 고국(故國)을 故X으로 표현하고, 많은 상징과 은유를 통해 조국 독립과 민족정신 회복을 노래하는 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세속의 명리보다 고요한 사색을 즐겼던 그는 1948년 투병 휴양 겸 포항에 정착해 문학 불모지 포항에 문화의 씨를 뿌리고, 포항문인협회 창설을 주도하며 왕성한 작품활동과 후학을 키운 후 1979년 70세로 타계했다”며 그의 삶과 작품 활동을 회고했다.

이날 한재성 경북도 문화예술과장도 축사를 통해 “밤이 어두우면 별이 빛나듯 민족 수난기에 별과 같이 빛나며 희망이 된 한용운·윤동주·이육사와 함께 한흑구 선생은 민족·애국 시인이며 소박하지만 위대한 삶을 사셨다”라며 “돌아가신 지 40년이 지났지만 문학과 문화를 통해 나라를 생각하고 사랑한 시인을 그동안 소홀히 했고, 포항과 경북 나아가 우리나라는 큰 빚을 졌다. 이제 다시 그의 삶과 문학, 애국독립 활동을 발견해 세상에 보여줄 때”라고 했다.

한편 이날 학술제에 앞서 도서관 로비에는 피아노와 클라리넷 등 협연으로 아름다운 선율이 펼쳐졌다.

또 시 낭송과 무용 협연 등 다양한 공연이 진행돼 깊어가는 가을, 인문학과 예술이 함께 조화하는 자리를 마련해 시민 박수를 받았다.

포항수산대학(현 포항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한흑구 선생과 포항여고 교사를 지낸 방정분 여사의 제자와 지역 원로 및 많은 학생들도 학술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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