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62가구 9일부터 임대주택 이전…관리비 부담에 한숨만
특별법 제정도 감감무소식…촉발지진 범대위, 국회 통과 촉구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전경.
“임대주택으로 가면 뭐합니까…어쨌든 고민거리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3일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지진 이재민 A(80)씨는 포항시의 임대주택 이주 지원대상에 포함됐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체육관에 마련된 1평 남짓한 텐트에서 지내온 지 어언 2년.

그간 호흡기 질환 및 허리통증 등 건강상태가 악화돼 지출되는 병원비를 비롯해 몇 번 가보지도 못한 금이 간 아파트 관리비에 곧 옮겨갈 임대주택 관리비까지 더해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는 “더 이상 체육관에서 살기엔 몸 상태가 너무 나빠져 이주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막상 이주 뒤에 자식들에게 손을 벌려 생활할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 이라는 발표가 난지 한참 됐는데, 피해보상은 물론이고 특별법 제정마저 감감무소식”이라고 덧붙였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2년을 맞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진상조사와 피해구제를 위한 포항지진특별법안의 정기국회 통과 여부는 현재 눈앞은커녕 들리는 소식조차 없다.

포항 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와 포항시민 등 3000여명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문과 청와대 앞에 모여 지진관련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지금도 포항 경제는 죽어간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정쟁을 멈추고 지진 특별법 제정에 힘을 써야 할 때’라고 외쳤지만 듣는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다.

지진특별법안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위원회에 묶여 있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지진피해 배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따지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피해배상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전혀 다른 입장을 담은 법안을 각각 발의해 단일안 도출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 측은 김정재 의원(포항 북)의 법안은 ‘세월호참사특별법’에 준하는 피해자 배·보상 내용을 담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 입장을 담은 민주당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 법안은 공공시설이 아닌 개인 시설에 대해서도 피해복구를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자위는 지난 9월 25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를 열어 포항지진 관련 특별법안 4건을 한 차례 심사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입법공청회까지 열었으나 결국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임성남 범대위 실무단장은 “지진특별법 제정에 공감하는 여야 지도부가 법안 일부 내용의 의견차로 수개월째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항시민들은 하루하루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여야 의원들은 현재 해당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포항지진특별법이 이번 정기 국회 회기 중에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에 따르면 오는 9일부터 흥해체육관에 이재민으로 등록된 90가구 중 62가구가 양덕동 LH 국민임대주택 1·5단지로 이주를 시작한다.

이들 이주대상 가구들은 현재 살게 될 아파트 동·호수가 배정됐으며, 벽지·수도 등에 대한 수리를 마친 후 이달 내에 입주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이주심의를 마쳤으며, 최대한 빠른 이주를 위해 노력했다”며 “현재 LH 측과 임대료 등 세부사항에 대한 협약안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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