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무엇이 부끄러워
저리도 온몸을 구름으로 가리는 것일까
연중무휴 꽃으로 동물 형상으로 천사로
아니다 아니다
하늘은 하늘의 속살 신비를 다 보이지 않으려고
아름다운 색채 그림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모르지 않는가
인간이 땅을 쪼개어 팔 듯
하늘의 신비까지 쪼개어
매물로 내놓지나 않을까 해서……




<감상> 하늘은 구름이라는 큰 붓을 지닌 전위 예술가이다. 새털구름, 이불구름, 장미구름, 사자구름 등 온갖 형상을 그려낸다. 그뿐인가 빨강과 파랑을 주로 써서 아침과 저녁을 물들인다. 빨강 뒤에 오는 파랑을 보여주면서 고요를 던진다. 비록 하늘은 엉성하게 보이지만 촘촘하여 세지 않는 소이불루(疎而不漏)의 경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소유와 정복의 유전인자를 가진 유일한 동물이기에, 하늘의 신비까지 쪼개어 매물로 내놓지 않을까 시인은 걱정한다. 언젠가 하늘 한 평을 떼 내어 분양하는 하늘부동산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늘의 섭리인 삶과 죽음까지 떼 내어 팔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도 피해갈 수 없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은 죽음뿐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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