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대구 국제오페라 어워즈’에 세계적 극장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여러 극장들을 찾아가 프로포즈를 했다. 올 초에는 오스트리아 국립오페라 극장 ‘빈 슈타츠오퍼’의 극장장 ‘메이어’와의 미팅을 위해 빈을 찾았다.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을 보았는데 일찌감치 매진이라 암표를 구해서 겨우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 자체도 유명했지만 이 극장의 상주단체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더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빈 국립극장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관해서는 지난 회에 필자가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다. 빈 필하모닉의 단원이 되려면 우선 3년 이상 빈 국립오페라 극장인 ‘빈 슈타츠오퍼’의 공연에 참가해야 단원 오디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부여 된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매년 전 세계 순회공연을 다닐 만큼 많은 나라의 러브콜을 받는 단체이다. 때문에 이 오케스트라는 국제적 음악 도시나 각국의 수도에서만 연주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에 대한민국을 방문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례적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2회 공연을 가진 뒤 지방 도시로는 유일하게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1회 공연을 더 가지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찾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3일 동안 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하였다. 필자도 3일 공연을 다 관람하고 싶었으나 일정상 11월 1일 서울 공연과 11월 3일 대구 공연만 보기로 하였다. 11월 1일 공연 전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여 예술의 전당 유인택 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간단한 미팅을 가졌다. 곧이어 국립오페라단 사무실을 찾아 올해 축제에서 함께 공연을 해준 데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기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이날은 ‘독일 정신의 계승자’로 불리는 유명한 지휘자 틸레만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이었다. 틸레만은 올해 빈 필의 신년음악회를 지휘하는 등 빈 필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지휘는 간결하였으며 큰 키에도 불구하고 지휘하는 모습이 과장되거나 자신을 더 빛나 보이게 하기 보다는 단원들과 그들의 음악을 더 화려하게 이끌어주는 모습에 더욱 감동 하였다. 1시간 30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지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경이로웠다. 4악장이 끝난 뒤 지휘자 틸레만의 손이 내려오기 직전의 정적과 단원들 모두 지휘자를 보며 멈춰진 그 순간은 소리 없는 음악을 보여주는 듯 더욱 감동적이었다. 앙코르로 연주 되어진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천체의 음악’ 왈츠는 오스트리아 정통 왈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였다.

3일 대구공연은 티켓 오픈 3시간 만에 매진을 이룰 만큼 마니아들에게 큰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시작했다. 그는 ‘얼음 속의 불꽃’이란 예명이 붙을 만큼 냉정하게 연주하지만 그의 음악은 열정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3악장이 끝나자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 뜨거운 박수를 잠재우듯 잔잔한 ‘이별의 에튀드’를 앙코르로 연주하며 화답하였다. 인터미션 이후 드보르작의 유명한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음반을 듣는 것 같은 감동을 느끼게 했다. 또한 힘든 현실 세계를 벗어난 새로운 신세계로부터 받는 따뜻한 위로가 가슴을 적셔오는 듯 했다. 4악장이 끝난 뒤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으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에 대한 답으로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근심 없이’ 폴카를 연주하여 더 많은 위로를 안겨 주었다. 곡 중 단원들이 한 목소리로 ‘하 하 하’ 웃는 모습에서 함께 웃음을 지으며 유쾌하게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우리 지역을 찾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올해 4회째를 맞이하는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가 널리 알려지면서 가능했을 것이다. 지역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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