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웰다잉협회 대구·경북지부

‘웰다잉 교육’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와 수강생.
의학과 생활 수준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난 아직 젊다’고 말하며 환갑잔치를 거부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칠순잔치조차 꺼리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늙고 언젠간 죽음을 맞이한다.

평균수명이 증대됨에 따라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잘 사는 법’만큼 ‘잘 죽는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9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768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 중 14.9%를 차지했다.

이 중 75세 이상 인구가 334만6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65∼69세(245만명), 70∼74세(188만8000명) 순서로 이어졌다.

특히 노인 인구수는 오는 2050년(1900만7000명)까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장례식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잘 죽는 법’은 고령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앓고 있는 병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병원에서 진행되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집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친지와 마지막 추억을 나누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 열풍이 있었으나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뜻하는 ‘웰다잉(Well-Dying)’ 바람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임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교육에 참가한 수강생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 중이다.
△연명 의료 결정법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회생 가능성과 치료 효과가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가 연명치료 여부를 본인의 의사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등록자 수는 25만6025명이다. 올해 1월 3일 기준 10만1773만 명에서 약 6개월 사이에 2.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연명의료계획서 누적 등록자 수 또한 같은 기간 동안 1만4732명에서 2만4327명으로 1만명 가량 늘었다.

실제로 연명치료와 죽음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중노년층(40∼79세) 1500명(남 741명·여 7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웰다잉에 관한 전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 결정 등 죽음과 관련한 결정의 주체는 본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4.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성별로 나눠보면 여성(80.6%)이 남성(68.3%)에 본인의 결정권을 더 높이 두고 있었다.

또한 응답대상 중 75.7%가 연명치료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의 82.1%가 반대 또는 매우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보사연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생존 기간’이라는 양적 측면에 관심을 뒀으나 이젠 죽음의 질적 측면이 중요시 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좋은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죽음을 바라보는 유형.

보건사회연구팀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 유형을 3가지로 나눴다.

인식 유형은 좋은 죽음 자체와 그 준비에 대해 관심이 적은 ‘소극적 인식형’과 죽음에 대한 준비와 자기 결정권을 갖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죽음의 구성 요소를 고려하는 ‘다층적 준비형’,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죽음과 임종기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게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현세 중심적 죽음 준비형’이다.

분석 결과, ‘소극적 인식형’은 전체 조사 대상자의 14.8%였다. 이들은 임종 당시 본인의 모습이나 주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관심도가 비교적 낮았다.

‘다층적 준비형’의 경우 64.0%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을 때’, ‘사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될 때’ 등이 좋은 죽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 유형은 주변과 함께 준비하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세 중심적 죽음 준비형(21.2%)은 가능한 한 오래 살다 죽는 죽음이나 사망 후 주변에 오래 기억되고 싶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생의 연장이나 사후의 일보다는 현재의 삶을 마감하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둔 유형이다.

성별로는 소극적 인식형은 남성이, 다층적 준비형과 현세 중심적 죽음 준비형은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설문 조사를 통해 주관적 건강 상태가 낮을수록 현세 지향적 죽음 준비형의 경향이 나타나는 연관성도 관찰됐다.

이는 죽음을 원만하게 준비하면서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 임종기를 보내려는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웰다잉 기본교육’ 수강생 모집 포스터
△웰다잉(Well-Dying)을 더 알고 싶다면.

웰다잉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대한웰다잉협회 대구·경북지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교육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이웃과 사회와 더불어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는 13일부터 27일까지(매주 월·수·금) 총 8일에 걸쳐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한 패밀리 병원에서 ‘웰다잉 기본교육’을 실시한다.

총 30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에게는 한국 직업능력 개발원이 인정하는 2급 노인통합교육지도사 자격증이 수여된다.

기본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은 이어지는 ‘웰다잉 심화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1급 노인통합교육지도사를 받을 수 있다.

주요 교육 내용은 △멋진 인생 멋지게 내려놓기 △사별관리와 호스피스 △죽음 준비 교육의 필요성 △죽음의 다양한 이해 △노인문제 및 노인에 대한 이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준비 △용서와 화해 △새로운 인생설계 등이다.

홍영숙 대한웰다잉협회 대구·경북지부장은 “삶과 죽음은 같은 연속선 상에 있으며 나뉜 게 아니다”라며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으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교육을 계기로 수료생들이 건전한 웰 다잉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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