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대구 찾은 진영 장관과 간담회서 분통 터뜨려
"첨단 장비 대신 목격자 증언 토대로 수색 어불성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에 마련된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가족대기실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을 했다. 진영 장관이 실종자 가족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에 마련된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가족대기실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을 했다. 진영 장관이 실종자 가족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독도 헬기추락사고 실종자를 찾는 정부의 합동수색이 엿새 동안 이어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초기대응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사고 초기 최첨단 장비를 동원했으면 실종자 수색 기간이 이처럼 길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시 조난위치를 송출하는 ELT(Emergency Locator Transmitter·항공기용 구명 무선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가족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5일 대구 강서소방서를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병두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 정문호 소방청장에게 정부의 초기대응, 더딘 수색과 관련해 분통을 터트렸다.

한 실종자 가족은 “왜 초기에 식별하지 못했냐. 우리 아들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인데, (정 소방청장이) 부모지 않느냐. 내 새끼 어디서 사고 났는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빨리 해군에 협조를 요청했으면 이렇게 오래 걸렸겠나”고 지적했다.

정 청장이 추락 시점과 관련해 보고를 받고 헬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목격자 증언을 들었다고 말하자 가족들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ELT나 항로식별장치와 같은 장비들이 있는데, 눈으로 사고를 목격자 증언으로 수색에 나선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신호가 끝나는 지점에 헬기가 멈췄을 것이라는 인지가 없었는지, 추적이 끊기면 마지막 지점이 있을 것 아니냐”며 “ELT나 항로식별장치 두 개만 제대로 작동했으면 헬기 동체발견까지 15시간이나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윤 동해해경청장이 선박·항공기 수신을 받은 바 없는 것으로 답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비상시 신호를 보내는 장치인데, 작동이 안 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점검 또한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가족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진 장관은 “가족들의 의문점을 잘 알겠다”며 “전문가들로 하여금 확인,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응답했다.

무인잠수함(ROV)을 보유한 청해진함의 고장 소식이 들린 후 실종자 가족들은 답답한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청해진함은 이날 오전 2시부터 오후 2시까지 12시간 동안 고장으로 수색에 동원되지 못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청해진함이 고장 난 것을 듣고 대체할 수단이 뭐냐고 묻으니까 수리 중인 통영함이 동원된다고 한다”면서 “처음부터 다 동원됐으면 이렇게 시간이 흘렀겠느냐”면서 “정부의 대응이 이런 식이다. 수색이 더뎌지면서 가슴 다 태웠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윤 동해해경청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청해진함의 수색 재개를 실종자 가족들에게 알리고, 헬기 꼬리 부분이 발견된 곳에서 집중적으로 수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헬기 꼬리가 발견된 곳에서 잔해가 계속 발견되고 있어 이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조류 속도가 낮아 가까운 시일 내 유실된 실종자를 발견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에 한 실종자 가족은 “유가족들 마음을 가슴 깊이, 내 가슴이라고 생각해달라”며 “이 자리에서 말했던 내용, 제발 실천에 옮겨 달라”고 호소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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