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상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조관상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뇌혈관 전문병원의 마취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고령에 중증질환이 있거나 수술의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자주 보게 된다.

20∼30년 전에는 마취의 위험이 높아서 수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많았는데, 과거에 비해 마취약제와 수술 기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전반적인 전신 마취의 안전도가 크게 향상돼 고령 환자의 수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병원 환경에 따라 마취 전문의 없이 진정 마취나 전신 마취 등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어 끊임없이 마취 관련 사고가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된다.

마취 전문 인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최신 기술로 전신 마취를 시행하는 병원이라면 과거보다 위험도가 극히 적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길 바라며, 전신마취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고자 한다.

‘마취하면 머리가 나빠지거나 기억력이 나빠지나요?’

전신마취에 대한 대표적인 질문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마취과 전문의로서 너무 무책임한 답변 같지만,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객관적으로 연구하여 결론을 내는 것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물 실험에서 뇌의 발달 저하나 노인의 인지기능이 저하된다는 등의 보고가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어린 자녀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 학습능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4살 이전에 전신마취를 받은 아이들이 지능발달이 낮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지만, 수술이 필요 없는 건강한 아이들과의 비교이기 때문에 마취 자체의 영향인지, 수술과 관련한 다른 건강 상태의 영향인지 밝히기 어렵다.

아이에게 해당 시기에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받게 하는 것은, 굳이 마취를 논하지 않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은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불가피한 수술이라 마취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마취 전문의는 마취제를 가장 적합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사용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에는 마취 중 뇌파 감시를 통해 마취제 사용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수술이 아니라도 마취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뇌성마비 환자가 MRI 검사를 받아야 할 경우나, 폐소공포증 또는 자세로 인한 통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등 마취를 요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뇌출혈이나 뇌경색 등 급성 뇌혈관질환으로 치료하는 경우에도 환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마취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듯 과거에는 주로 수술실 안에서만 마취를 시행했다면, 최근에는 MRI실, 혈관조영실, 내시경실 등에도 마취를 위한 시설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렇듯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요구와 병원을 이용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마취의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위와 관련해 전신마취를 ‘해롭고 불편하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안전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하길 기대해 본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마취를 받는 가운데 마취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춘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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