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에 가장 무서웠던 것을 ‘호환마마’라 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것도 두려웠지만 천연두는 민중을 두려움에 떨게 한 공포의 질병이었다. 천연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과 발진 증상이 나타나고 2주 정도를 견디면 얼굴에 심한 흉터를 남기고 사라진다. 4세 이전의 영아는 천연두에 걸리면 둘 중 한 명이 죽는 치명적인 병이었다.

오죽했으면 병의 이름에 왕을 부를 때 쓰는 최상 존칭어 ‘마마’를 썼을까 싶다. ‘별성마마’니 ‘손님마마’, ‘역신마마’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줄어서 ‘마마’가 됐다. 병을 옮기는 신에게 높임말을 붙인 것은 노여움을 조금이라도 덜 사서 병이 쉬 낫기를 바라는 주술적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가 지구에서 완전 퇴치를 선언한 천연두의 백신은 1796년 영국의 외과의사 제너가 개발했다. 우두(cow pox)에 한 번 걸리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치료법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조선에는 80여 년 뒤인 1879년에야 한글학자이자 의사인 지석영이 일본에서 종두법을 배워 와서 전국에 보급, 마마를 확 줄이게 됐다.

최근 안동의 예천 임씨 금포고택 문중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고서적 가운데서 200여 년 전 천연두 치료법을 상세하게 기록한 고서적이 발견됐다. 가로 7㎝ 세로 19㎝의 한지 60쪽 분량으로 손에 들고 다니며 펴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보적신방(保赤神方)’이란 책이다. 조선 시대 의료서 가운데 다른 질병과 함께 마마의 증상이나 치료법 등을 다룬 의료서가 간혹 발견됐지만 마마를 전문적으로 다룬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보적신방’은 1806년에 쓴 것으로 추정됐다. 퇴계학파의 학자 권방(1740~1808)이 쓴 서문이 책의 첫 장에 붙어 있어서다. 지석영이 종두법을 들여오기 70여 년 전이다.

저자는 당시 중인 신분에 속하는 전의감 직장을 지낸 의원 변광원이다. 그는 이 책에 마마의 원인과 예방법, 해독법, 임상을 통한 경험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책에는 “오장 가운데 비장의 기능을 든든하게 하고 생기를 충족한다면 고치지 못할 걱정이 없다”고 기록하는 등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마마’ 퇴치법이 나와 있어서 당시 의료 상황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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