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양승동 사장이 독도 헬기사고 단독 보도 이후 불거진 영상 미공개 논란에 대해 사과와 설명을 위해 6일 대구 강서소방서를 찾았으나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한 실종자 가족 어머니가 “내 새끼를 살려내라”며 양 사장을 붙든 채 울부짖고 있다. 전재용 기자
KBS가 6일 독도 헬기사고 영상 미공개 논란에 대한 설명과 사과를 위해 실종자 가족들을 찾았으나 현장에서 뭇매를 맞았다. 가족들은 이날 오전 대구 강서소방서를 찾은 KBS 부사장 등 관계자에게 사장과 헬기사고를 단독 보도한 기자, 보도 영상을 직접 촬영한 직원이 직접 나서 해명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며 만남에 응하지 않았다. 이어 오후에는 KBS 양승동 사장이 보도국장 등과 동행해 강서소방서를 찾았으나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문전박대를 당했다. 앞서 요구한 보도 기자와 영상을 촬영한 직원들 대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양 사장이 오기 전 공개된 영상으로 극에 달했다.

KBS는 영상을 촬영했던 직원의 휴대전화를 직접 강서소방서까지 가져왔고, 해당 휴대전화에 담긴 20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으나 앞서 KBS에서 단독 보도한 영상과 별반 다르지 않아 가족들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KBS에 대한 화를 참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영상공개에 앞서 ‘이미 확인한 20초 분량 영상이라면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말을 수차례 했음에도 같은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한 실종자 가족은 “헬기가 뜨는 영상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가족들에게 KBS가 제공한 영상을 공개한다고 해서 울음을 참고 봤다”며 “그런데 지금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과 별다를 게 없는 이 영상을 공개하는 건, 우리를 농락하는 행위다”고 소리쳤다.

또 다른 가족은 “상식적으로 헬기가 내리고 뜨는 사이 환자를 이송하는 장면을 찍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런 거짓은 우리를 한 번 더 죽이는 것이다”며 울분을 터트렸고, 한 실종자 가족은 “내 새끼 살려내라”며 울분을 쏟아내다 쓰러져 옆에 대기 중이던 소방대원들과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양 사장 방문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양 사장이 강서소방서를 방문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보도 기자와 영상촬영 직원이 없다면 만날 의사가 없다고 확고히 말했다.

양 사장이 모든 직원을 관리하는 총책임자로서 설명과 사과할 의사를 밝히자 실종자 가족들은 앞서 요구한 담당자들을 대동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 사장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자 한 실종자 가족은 들고 있던 물병까지 집어 던지며 “실종자 가족들을 호구로 보는 게 아니라면 당장 떠나라. 만나기 싫은 게 아니다. 당사자들을 다 모아놓고 당당하게 이야기해보자는 거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옆에 있던 다른 실종자 가족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내 새끼 살려내라”며 양 사장과 보도국장 옷을 붙잡으며 통곡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KBS에 양 사장과 보도 기자, 영상을 촬영한 직원이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하고, 해경에는 KBS에 대한 압수수색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

해양경찰청과 해군, 소방청과 함께 범정부 현장수습지원단을 꾸린 행정안전부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관계 기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승우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장은 “실종자 가족들의 뜻을 KBS와 행안부, 해경 등 관련된 고위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겠다”며 “추가로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도 답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전박대를 당한 KBS 측은 공개된 영상 외 다른 영상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KBS 단독 보도 이후 불거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보도 경위 등 내부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을 촬영한 직원과 함께 독도에 있었다는 KBS 관계자는 “그 친구가 곁에서 헬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고 호기심에 촬영한 것”이라며 “다른 영상이 있거나 숨긴 그런 사항은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 직원이 촬영한 영상이 보도국까지 흘러간 경위를 아직 파악 중이다”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다시 가족들을 찾아 사과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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