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尹 앞에 두고 ‘尹 아니어도 되는 시스템’ 강조
"다른 권력기관에도 같은 요구"…檢 연이은 잡음에 ‘경고’ 메시지도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왼쪽부터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진영 행안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대통령 뒤에 가림), 문 대통령, 김영문 관세청장, 윤석열 검찰총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앞에 두고 ‘윤석열이 아니어도 되는 반부패 시스템’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롯한 각종 개혁의 제도화를 촉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검찰총장 인사에 이렇게 국민 관심이 모인 것은 역사상 없지 않았을까 싶다”며 언급, 윤 총장 ‘개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기도 하다.

이후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후 “조 장관과 윤 총장의 환상적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언급, 특정 인물 중심의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접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대신 이제는 제도화를 통해 검찰의 공정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단순히 제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넘어 윤 총장과 지금의 검찰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이날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을 이뤘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수사로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갈등 구도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문 대통령은 일단 검찰이 성역 없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부호를 지웠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곧바로 검찰이 현 수준의 개혁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검찰을 향한 ‘개혁 채찍질’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부패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인권과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조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의 인권침해 가능성 및 수사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의 언급은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으로 요구가 집중된 것 같지만 다른 권력기관들도 같은 요구를 받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도 주목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강도 높은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해 왔다.

국가정보원의 경우 정치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국내정보 담당관(IO) 제도를 전면 폐지했고, 더 나아가 국군 기무사령부의 경우 아예 조직을 없애는 해편(解編) 조처를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검찰개혁 역시 검찰 조직만을 겨냥한 ‘특별한’ 조치가 아닌, 일련의 사회개혁 조치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전 장관 수사에 이어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 기소 보고 논란이 벌어지는 등 유독 검찰과 관련해 잡음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불편함을 감추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화도, 경제활력도, 개혁도 변화의 몸살을 겪어내야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에도 이 글에 언급된 ‘몸살’이라는 표현을 두고 일부에서는 “개혁에 대한 검찰의 저항을 빗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개혁 외에도 전관특혜·불법 사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불공정 관행을 지적하며 ‘엄단’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집권 후반기 전방위적인 ‘공정 드라이브’를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살려가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의혹 등 국민들이 불공정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서도 불신을 해소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사실상 일부 노조들에 제기된 이른바 ‘고용세습’ 의혹을 겨냥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여기에는 정부의 노력이 검찰개혁 같은 거대 담론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국민들이 삶 속에서 부딪히는 부조리에 대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협의회 참석자들에게 “논의나 의지 표명에만 그치지 말고, 국민들께서 확 달라졌다고 체감할 수 있도록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부터 철저하게 단절 시켜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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