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가운데 내년에는 성장률이 살아날지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대체로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약간 상승해 2%를 간신히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간한 8개 증권사가 예상한 내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평균치는 2.1%로 집계됐다.

이들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곳은 신한금융투자와 IBK투자증권으로, 양사는 내년 성장률이 2.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메리츠종금증권·KTB투자증권이 각각 2.2%, 교보증권이 2.1%를 예상했다.

KB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2.0%를 전망했고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이라는 가장 비관적인 예상을 내놓았다.

내년 경제를 상대적으로 밝게 본 곳은 △미중 무역분쟁 타결 또는 봉합 가능성 △세계적인 확장적 통화·재정정책 공조 흐름 △정부의 적극적 재정 투입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 등에 주목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양국의 피해가 이제 임계치에 도달했다”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1차 합의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적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경제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미중 분쟁으로 인한 성장 둔화 속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단기국채 매입과 신흥국의 기준금리 대폭 인하 등 세계적인 경기 확장적 통화정책 공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IBK투자증권은 “내년 정부지출이 올해보다 9.3% 증가한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등 단기적 성장률 제고 효과가 높은 분야의 예산이 확대됐다”며 “이는 급격한 성장률 하락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경제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그간 세계 수요 둔화에 따른 생산 조정으로 상품 재고가 많이 소진돼 과거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며 “미국·중국 등의 재고 확충이 본격화하면 한국 수출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내년에도 민간 내수는 취약하지만 세계적 교역량 회복 등 대외여건 개선에 힘입어 수출이 반등하고 설비·건설 투자의 하락세가 약해지는 등 경기순환적 요인의 영향이 커질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은 올해 1.9%에서 내년 2.2%로 소폭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경제 침체에 무게를 둔 증권사들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지속 전망 △한국 생산가능 인구 감소에 따른 장기 저성장 국면 진입 △재정정책 효과의 한계 등을 성장 회복의 걸림돌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2~3년간 설비·건설 투자의 감소와 작년부터 본격화된 생산가능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지면서 한국 경제는 1%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미중 무역협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이 밖에도 유럽 정치 불안과 홍콩 시위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국내외 수요 개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수출이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 “민간 수요가 약하고 재정 확대 여력이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세수 둔화와 적자 국채 발행이 예상보다 커지면 재정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며 경기부양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가 각각 2.0%, 2.1%, 내년이 2.2%, 2.3%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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