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엔 값있는 물건이라곤 ‘맹자’ 7편 뿐인데 오래 굶주려 견디다 못해 200전에 내다 팔아 밥을 지어 배불리 먹었네. 이를 영재(유득공)에게 가서 희희낙락 한껏 자랑했더니, 영재 그 역시도 굶주린 지 오래라 내 말을 듣자마자 ‘좌씨전’을 팔아 쌀을 사고 남은 돈으로는 술을 받아 내게 마시게 했다네. 이야말로 자여씨(맹자)가 직접 밥을 지어 나를 먹이고 좌구명(左丘明)이 손수 술을 따라 내게 권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맹자와 좌구명을 천 번 만 번 기렸다네”

영·정조 때 책 읽는 것 밖에 몰랐다는 ‘간서치(看書痴)’ 청장(靑莊) 이덕무가 친구 이서구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지금도 헌책방에 책을 내다 팔 수 있지만 옛날에도 책방에다 보던 책을 팔 수도 있었던 모양이다. ‘청장’이라는 호는 일명 신천옹(信天翁)으로 불린 해오라기를 뜻하는데, 맑고 깨끗한 물가에 붙박이처럼 서 있다가 다가오는 먹이만을 먹고 사는 청렴한 새라는 뜻이다. 그의 호처럼 그는 어릴 때부터 가난했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런 간서치 두 친구가 책을 팔아 밥을 짓고 술을 빚었다니 서글픔과 함께 가슴 뭉클한 감동이 전해진다.

이덕무와 유득공이 책을 팔아 밥과 술로 바꿔 먹었다지만 그들이 살았던 옛날이나 지금이나 책은 밥이 되기 어렵다. 오래된 동네서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가끔 찾아가서 한나절을 보냈던 헌책방 마저 헐려 나가고 커피점이 들어섰다. 지식의 소매상인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1999년 4595곳이었던 동네서점이 2017년 2050곳으로 55.4%, 절반 이상이 줄었다. 동네서점 급감은 대형서점의 증가와 할인율이 높은 온라인 서점, 전자책 확산 등 외부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멀리하는 스몸비(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스마트폰 좀비)족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책(冊)이 꽂힌 모양의 11월 11일은 ‘서점의 날’이다. 막대 초콜릿 사탕을 선물하는 날인 빼빼로데이는 잘 알려져 있지만 ‘서점의 날’은 아직 생소하다. 11월 11일, 초콜릿과 책을 함께 선물하는 ‘1 플러스 1’의 날이 되게 하면 어떨까.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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