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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경북포럼] 그대 이름은 사과
[새경북포럼] 그대 이름은 사과
  •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 승인 2019년 11월 11일 16시 3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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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새경북포럼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새경북포럼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가을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다양하다. 낙엽·국화·하늘·들녘 등등 어휘가 떠오른다. 사과 특히 빨갛게 익은 사과도 그중의 하나다. 엄밀히 말하면 순수한 빨간빛 색깔은 아니나 통상 그렇게 수식된다.

영화 ‘댓씽유두’에도 그런 대사가 나온다. 유일한 히트곡으로 영광을 차지한 이후에 해체한 밴드 ‘원더스’ 이야기. 공연을 앞둔 그들의 붉은색 차림을 보면서 음반사 사장은 웃음을 짓는다. 모두들 새빨갛게 함빡 익은 사과를 닮았다고.

색의 여왕이라 칭하는 빨강은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빨간 산타클로스 복장은 사랑을 나타낸다. 물론 코카콜라 로고처럼 자본주의 상혼으로 매도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뜨거운 가슴과 넘치는 열정의 심상이 진하게 어렸다.

사과는 종종 심장에 비유된다. 과일들이 자랑하기 게임을 벌였다. 망고는 위, 포도는 눈, 호두는 뇌와 비슷하다며 뽐냈다. 그러자 사과가 말했다. 자기는 인간의 염통처럼 생겼다고. 강렬한 빨간빛 이미지 때문에 생긴 우스개.

프랑스 국립 도서관엔 특이한 소장품이 전시됐다. 18세기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심장을 보관한 자그만 상자. 위에는 그의 어록이 새겨졌다. “나의 염통은 여기에 있지만 나의 정신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한 그는 날카로운 필봉으로 타락한 가톨릭과 부패한 봉건제를 비판했다. 동시대 부조리에 저항한 탓으로 저작은 금서로 불태워졌고 감옥과 추방을 거듭했다.

사과는 세상을 바꾼 귀물로 거론된다. 아담의 사과와 빌헬름 텔의 사과, 뉴턴의 사과와 스티브 잡스의 애플로 유명하다. 아담의 사과는 종교를 낳았고 텔의 사과는 정치를 만들었으며 뉴턴의 사과는 과학을 가져왔다. 현대에 들어 사과는 스티브 잡스와 인연을 맺으며 디지털 문명의 총아로 등극했다.

역사가 마이클 하트의 베스트셀러 ‘랭킹 100: 세계를 바꾼 사람들’은 인류 역사상 영향을 끼친 인물을 조명한다. 1위를 차지한 무함마드에 이어 뉴턴은 당당 2위에 올랐다. 대과학자로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까닭이다.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불우한 유년을 보냈다. 유복자로 게다가 조산아로 태어나 몸이 허약했다. 어머니는 세 살 먹은 그를 외가에 맡기고 재혼한다. 생계가 어려운 그녀는 아들이 농부가 되기를 원했으나, 조카의 재능을 간파한 외삼촌 덕택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진학한다.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휴교령이 내리자 학업을 중단하고 귀향한다. 고향집 뜰에 앉아 사색에 잠긴 그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는 의문을 품는다. 왜 위쪽으로 혹은 옆으로가 아니라 아래로 똑바로 내려올까. 물체를 지면으로 끌어당기는 어떤 힘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뉴턴은 이를 토대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다. 사과 덕분에 현대 물리학의 기초가 탄생한 셈이다.

이즈음 사과의 계절이다. 탐스런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가지를 보면 자연의 경이가 새삼스럽다. 한여름 땡볕을 견디며 이룩한 축복에 그윽이 눈길을 보낸다. 올해도 사과의 작황은 좋다고 한다. 유통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근자 서울 시청 광장에서 ‘경북사과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웅도 경북은 전국 사과의 66%를 생산하는 주산지. 우리 지역 농업인의 중요한 소득 작목이기도 하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일인 사과를 맛보며 건강도 챙기고 농촌을 돕는 건 어떨까. 그녀의 자부심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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