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장당 가격 70%↑…빈곤층 겨울나기 '비상'
에너지바우처 대상 제외 지역 연탄가구 9000곳 달해

7일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서 국민건강보험 포항남부지사(지사장 정정교) 직원들이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가정에 연탄봉사를 하고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최근 첫 한파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겨울은 성큼 다가왔지만 연탄 기부는 갈수록 줄고 정부의 지원마저 늘지 않아 저소득 연탄 가구는 또다시 힘겨운 겨울을 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두 배가량 오른 연탄 가격에 에너지바우처(연탄 쿠폰)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소외된 연탄 가구가 지역 내 9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한국광해관리공단 영남지사에 따르면 올해 연탄 쿠폰을 받는 영남권 내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계층·소외계층)은 총 2만528가구로, 가구당 40만6000원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해당 가구 수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하 연탄은행)이 파악한 수와 크게 달랐다.

연탄은행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전국 31개 지역연탄은행 현장조사와 지역연탄배달업자 자료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전국 총 10만347개 연탄사용가구 중 8만5872가구(84.7%)가 영세노인, 수급자가구 혹은 연금이나 차상위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등 연탄 지원이 필요한 영세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영남지역만 놓고 보면 경북(2만9848가구)을 비롯해 대구(2166가구), 경남(1452가구), 부산(973가구), 울산(121가구) 등 3만4560가구로, 대부분 연탄사용가구는 경북에 몰려있었다.

이들 중 지원이 필요한 영세가구는 2만9272가구(84.7%)로 추정되며, 이는 정부의 연탄쿠폰 지급대상 가구 수에 비해 8744가구 많다. 복지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탄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연탄 쿠폰의 경우 수급자 가구 및 차상위 중심으로 조사됐다면 연탄은행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빈곤층가구·소외가구·일반가구 등 연탄사용가구 형태까지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탄 쿠폰으로 버티는 기간은 첫 3개월이며 기부도 겨울 초에 몰려 통상 2월 이후가 문제”라며 “현실적이고 사각지대 없는 지원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연탄 도매가격은 지난해와 같다. 지난 2015년 장당 374원에서 지난해 639원으로 70.9% 올라 연탄 가구의 부담이 대폭 커졌으나, 올해는 동결돼 소매가로 장당 800∼900원(도심지역 기준)에 살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동결된 만큼 정부의 연탄 쿠폰 지원 금액도 늘지 않아 에너지 빈곤층의 고민은 깊어진다.

실제로 가정용 연탄으로 늦은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방 한 칸을 데우려면 하루 최소 5장이 필요하다. 사용량이 증가하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최소 1050장이 필요하며, 장당 800원(소매)인 점에 미뤄보면 연탄 쿠폰의 2배가 넘는 84만원이 겨울을 나기 위한 최소 금액이다.

기초생활수급자 A(82·포항 흥해읍)씨는 “연탄쿠폰을 받았지만 연탄 값이 무서워 인근 마을회관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며 “배송료가 붙은 연탄은 장당 1000∼1200원 수준까지 올라 맘 놓고 사용할 수 없어 겨울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기름보일러 교체 사업도 지원하지만 난방유는 월 35만원(1.5드럼 기준)이 들어 연탄 월 12만원(150장)보다 3배가량 비싸다.

또 경기 악화로 기부도 해마다 줄면서 올해 연탄은행의 지원량 또한 지난해 511만장 대비 절반 수준인 236만여장 지원에 그쳐 올 겨울은 더욱 힘겨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유호범 포항연탄은행 대표는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고 이들은 당신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전에도 지진 등 수차례의 위기를 함께 극복한 것처럼, 올겨울도 여러분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