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건축물 미술품 설치 의무화 이후 대형 건물과 공공시설에 조형물들이 늘어났다. 도시의 공공 조형물은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고 지역 정체성을 나타낸다. 지난 2011년에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미술장식’이란 용어를 격상해서 ‘미술작품’으로 바꿨다. 또 야외의 공공조형물들은 공공미술로 분류했다.

공공미술은 단순히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 설치된 작품이 아니라 공동체가 참여하고 반응하는 예술작품이라 정의했다. 지역 공동체와 보는 사람, 공간, 환경 등이 두루 고려된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공공미술에 대한 논란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조형물에 대한 ‘흉물’인가 ‘예술’인가 논란이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 대구수목원 입구의 드러누워 있는 원시인상, 서울 강남 코엑스 앞 수갑 찬 손의 모양 같은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최근 전북 김제 검산동 수변공원의 험악한 용 조형물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미적 감수성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지방자치시대 관료적 경제 논리와 사이비 예술혼의 결합 때문인가. 공공미술에 대한 시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말 없는데 뭐 그렇게 엄숙주의냐”는 반론도 있지만 누가 봐도 곱게 보기는 어려운 흉물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9일 철거된 포항시 남구 동해면 포항공항 입구의 조형물 ‘은빛 풍어’다. 이 조형물은 포항 구룡포가 과메기 특구이자 경북 최대 수산물 집산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전국 공모와 심의를 거쳐 구룡포로 가는 길의 관문에 세웠던 것이다. 처음 세웠을 때부터 시민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 꽁치가 땅에 박힌 듯이 꼬리지느러미만 드러낸 형태여서 비행기 추락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었다. 10년 전에 3억 원을 들여 세운 이 조형물은 결국 재료로 쓰인 스테인리스 값 1426만 원에 매각돼 철거됐다. 지자체가 세운 공공조형물 세금 낭비의 표본이다.

‘은빛 풍어’ 철거를 계기로 지자체의 공공 조형물 설치와 관리에 관한 규정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치워버리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다. 포항시는 해마다 스틸아트페스티벌의 한 분야로 조형예술품을 공모, 매입해 영일대 해변과 포항운하 주변, 철길 숲 등 시내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흉물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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