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안에 태풍 몇 개
저안에 천둥 몇 개
저안에 번개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안에 땡볕 두어 달
저안에 초승달 몇 날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감상> 대추나무는 초록이 늦게 올라오고 꽃도 늦게 피기에 열매 맺으려면 고생이 더 많다. 태풍, 천둥, 번개를 다 겪은 뒤에야 붉게 열매를 맺는다. 저절로 붉어질 리가 없고 저절로 둥글어질 리가 없다. 태양과 초승달이 석 달은 들어서야 둥글고 겨우 씨앗하나 품을 수 있다. 잘된 사람도 저절로 될 리가 있나. 어머니의 기도와 아버지의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이만큼 자라고, 결실을 맺기 위해 오늘 수능시험 치러 가는 거다. 그 안에 선생님의 잔소리도 들어있음을 잊지 말자. 고통 없이 저절로 얻는 게 어디 있으랴. 잘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면 남 탓이라 여기지 말자. 그저 되는 게 어디 있으랴.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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