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전화 통화 이후 백악관은 “터키가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이다. 미군은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논평을 냈다. 터키군이 쿠르드족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묵인하는 듯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쿠르드족은 미군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동참한 동맹이었지만 하루아침에 뒤통수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쿠르드족은 우리와 같이 싸웠지만, 그러기 위해 그들에게 엄청난 돈과 장비가 들어갔다. 이제 말도 안 되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배신의 이유를 밝혔다.

이런 트럼프의 외교 전략은 ‘국제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현실주의 외교가 교본이다. 키신저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전통 우방국이라도 과감하게 내치는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한 냉혹한 현실주의자였다. 그는 1973년 프랑스 파리에서 북베트남과 평화협정을 맺은 뒤 “남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겠다”고 손 잡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유엔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 전 대사가 11일 발간한 회고록에서 “트럼프는 지난 2017년 역대 최강의 유엔 대북제재를 관철하기 위해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했다”고 썼다. 헤일리는 트럼프가 안보리 이사국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다.

이 ‘미치광이 전략’은 이미 16세기 마키아벨리가 ‘전술론’에서 “적이 우리가 미칠 수 있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겁에 질려 우리의 요구에 순응할 것”이라 한 것이 원조다. 이처럼 ‘미치광이 전략’은 족보 있는 국제정치 이론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혈맹인 한국에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미군의 수뇌부들을 한국에 총 출동시켜 방위비 분담금을 지금의 5배인 50억 달러(한화 약 5조8000억 원)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 유지 압력에다 핵우산을 접겠다는 미군 철수까지 거론하며 위협하고 있다. 김정은이 ‘늙다리 미치광이’라 한 트럼프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걱정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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