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한국당이 내년 총선에 대한 진로를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의원들마다 백가쟁명식이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보수 대통합’ 제안 이후 통합 대상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를 비롯해 당내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유승민 대표와 통합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고, 비박계 권성동 의원은 보수대통합추진단(가칭) 단장에 내정된 원유철 의원이 메신저로서 부적절하다는 문자를 황 대표에게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4선의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은 보수대통합과 관련해 “유승민계를 영입하는 것이 보수대통합인양 잘못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정 의원은 “보수대통합 명분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진정한 보수대통합은 우리가 보수의 가치 또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세력들의 규합이며 제도권 밖의 시민단체 그 밖에 여러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분들과 같이 어우러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보수 대통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박계 진영에서 보수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유철 의원에 대한 반발 기류에 대해선 “단장으로 결정된 이상 원유철 의원이 교섭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기를 기대한다”며 “원·의원이 단장이 된 것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6선의 김무성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를 재삼 밝히며 “중진 불출마, 잠룡 험지출마”를 주장했다. 그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의 통합에 대비해 “양쪽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국민투표 경선 같은 공천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청년당협위원장 6명은 지난 12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적혁신과 자유 우파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가장 큰 원인은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니가 가라 ‘하와이식’의 남 탓만 난무하고 있다. 누구하나 희생을 자처하는 사람이 없다“며 “ 이참에 당을 해체하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자”면서 “우리부터 당협위원장을 내려놓겠다. 현역의원들도 거취를 당 지도부에 일임하라”고 요구했다. 재선의원 19명도 이날 모임을 갖고 당 지도부에 공천위임 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낙천 시 탈당 포기 등의 각서 문안은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 쇄신에 앞장 서야 할 3선 이상 중진들의 상당수는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마이동풍식 태도를 보이고 있고 4선 이상 다선의원 일부는 “차기 국회의장, 부의장을 위해 다시 출마해야 한다“며 지역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한국당의 현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당의 통합대상인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측은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변혁 리더인 유승민 의원은 ‘상대방의 선의를 믿고 진정성이 있다면 응하겠다’며 한국당의 보수통합론에 화답은 했으나 통합의 3대 조건으로 탄핵불문, 개혁보수 수용, 새집 짓기를 제시했다. 한편으로 유 의원은 “‘변혁’이 신당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며 조만간 ‘변혁’ 내부에 ‘신당 기획단’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한국당 내부에서는 “유 대표가 몸값 높이기에 나선 모양이라”고 비판하는 등 친박·비박계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수대통합론에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우리공화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세우며 황 대표의 보수대통합 제시안에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총선을 5개월여를 앞두고 한국당 황 대표가 제시한 보수대통합론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를 못하고 당 내외의 이해관계에 얽혀 자칫 좌초될 우려까지 보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황 대표의 살신성인적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될 때다. 배가 산으로 갈 형국이다. 집권여당 민주당이 야당복이 있다는 말이 이번 총선에서 나오지 않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