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 맞춤형 대응 방법·7단계 대처요령 매뉴얼 교육 특징

학생들이 앉아 수업하던 교실에 별안간 규모 7.0 지진이 찾아왔다.

천장 형광등이 깜빡거리며 꺼졌다 켜지길 반복하고 책상과 의자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교실 창문은 계속되는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창틀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깜짝 놀란 학생들은 의자에 깔고 앉았던 방석을 꺼내 머리를 감싸고는 쓰러진 책상을 얼른 일으켜 아래로 몸을 피했다.

10초 가량 이어진 진동이 멎은 뒤 스피커에서 “지진이 멈췄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학생들은 신속하게 교실 문으로 빠져나갔다.

정말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긴박함이 흘렀지만 다행히 실제 상황은 아니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대구교육해양수련원 안전체험관에서 진행하는 지진 대피 체험이다.

지난 12일 찾은 해양수련원에는 대구 달서공고 학생 177명이 지진 대피, 선박 탈출 등 각종 재난안전 교육을 체험하고 있었다.

이날 지진체험을 마친 달서공고 1학년 김성민(16)군은 “직접 진동을 느끼고 대피 체험을 해보니 학교에서 책·시청각 자료 등으로 교육을 받을 때 보다 대피 요령이 훨씬 기억에 잘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홍성광(16)군도 “재난 현장과 비슷한 환경을 겪어보니 지루할 틈 없었고, 외우기 힘들었던 대처 방법도 확실히 알게 됐다”며 “만약 실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스스로 안전을 지킬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포항을 뒤흔들었던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특히, 형식적인 교육에 그쳤던 재난 대처 훈련도 체험 중심으로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생겼다.

국민이 참여하는 지진 대피 훈련을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연령대 별로 다른 이해도와 신체 특성에 따른 차이점을 고려해 지진대응 요령에 대한 교육도 연령별 맞춤형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 등 외국에 비해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매뉴얼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 연방지질조사국(USGS)이 작성한 지진 대처요령 매뉴얼은 7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내용이 매우 쉽고 구체적이며, 갖가지 상황별로 대처법을 세분화 한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3단계(필요물품)에는 3일분의 식량과 음료·손전등 등 필요한 물품을 빼곡히 기록해 두었는데, 아이들이 대피기간 동안 지루해하지 않도록 간단한 게임기나 색연필을 준비하라는 내용까지 담겨있다.

5단계(행동요령)는 산책할 때, 요리할 때, 목욕할 때, 운전 중일 때 등 수십여 가지 상황에 대한 지진 대처방법이 기록돼 있다.

특히 운전 중 지진이 발생한 경우, 고속도로·다리·숲 속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반면, 지난 2017년 12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진국민행동요령에는 사무실, 학교, 백화점 등 9가지 상황에 그쳐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한 지질환경과학 전문가는 “미국·일본 등 지진이 빈번한 나라의 매뉴얼은 화장실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점이 특징”이라며 “장소와 시간대별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리고 개인의 대응력을 키우는 것이 매뉴얼 교육의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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