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향 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공동대상 소설 부문

정월향
약력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대학원 석사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잠깐의 기쁨이고 이 또한 곧 지나간다, 객관적으로 봐라, 시작일 뿐이다, 써논 것도 없는데 앞으로 우짤래?

주위 분들의 애정 어린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며칠 동안 들떠 있었고 누구에게 감사한가 돌아보면서 조금 넉넉해져 있는 마음을 봤습니다.

20년 동안 시를 썼습니다. 치열하게 임할수록 남에게 각박해졌습니다. 나와 남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돌아보지 않고, 나는 잘하고 있는데 남들은 왜 저런가, 에 더 많이 꽂혔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러느라 혼자만의 벌을 오래 받았습니다. 나만 만족하는 글쓰기는 허무하다, 남을 괴롭히는 글쓰기는 싫다,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소설쓰기에서, 저는 그냥 애기입니다. 물어볼 선생님도 없고 읽은 분량도 일천합니다. 십년 동안 묻었던 소설을 매만져 보내면서 가작이나 받으면 용돈에 보태야지 생각했습니다. 제가 받게 되는 상이, 오랫동안 치열하게 소설을 공부했던 다른 분들에게 죄송한 일임을 분명히 압니다.

(감사인사는 참 밥맛이었는데, 제가 합니다)

참으로 독특한 가족구성원인 나를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는 남편과 두 분의 어머니, 비슷하게 하늘나라로 가신 두 분의 아버지, 감사합니다. 까탈스런 투덜거림을 함께 해준 x반문 식구들, 고맙습니다. 이제는 말로만 싸우지 말고 그냥 주먹으로 합시다! 새 작업실 동료 두 분 성주 언니! 선영씨! 사랑합니다! 보내기 직전에 꼼꼼히 읽어주신 단 한 분, 성주 언니의 안목이 유효했습니다! 나쁜 점도 많았을텐데 그래도 좋은 점을 더 높게 봐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욕심을 버리는 게 더 편함을 알게된 제 자신이, 글쓰면서 더 둥글어진 제 자신이, 쫌 대견합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막힌 변기를 뚫고 미숫가루 한잔 마시고 생계벌이하러 국어 과외를 나왔습니다. 바뀐 건 없습니다. 제가 잘한 게 아닙니다. 그걸 분명히 알고 있고 이 또한 모두의 덕분입니다. 그러므로,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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