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업체 단가 부풀리기" 의혹 제기
경북도 "3가 백신은 전체 수요량 확보…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어"

어르신들이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한 병원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경북일보DB
본격적인 독감 유행철을 앞두고 백신이 없어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백신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항에 거주하는 임산부 A(34)씨는 최근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찾은 여성전문병원에 백신이 떨어져 접종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가누기 힘든 몸을 이끌고 방문한 또 다른 병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결국 A씨는 허탈함만 남긴 채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 백신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혹시 독감에 걸려 배 속의 아이에게 나쁜 영향이라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은 ‘3가 백신’과 ‘4가 백신’ 등 2종류로 나뉜다.

무료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3가 독감백신은 A형 독감바이러스 2가지와 B형 바이러스 1가지에 대한 항원이 포함되며, 4가 백신은 A형 2가지와 B형 2가지에 대한 항원을 포함한다.

하지만 지역 보건소와 병·의원 등에서 2가지 백신 모두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포항의 한 여성전문병원은 2∼3주 전부터 3가 백신이 소진되고 4가 백신의 공급이 중단돼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 13일에는 상주보건소에 백신이 떨어져 봉화보건소로부터 백신 150개를 요청했고, 최근 구미보건소 또한 인근 선산보건소에서 백신 300개를 지원받는 등 물량 부족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전체 백신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으나 일부 지역에 인원이 몰려 유통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3가 백신의 경우 지난달까지 전체 수요량 이상의 공급량을 확보한 상태”라며 “거주지와 관계 없이 무료 예방접종 대상은 전국 모든 보건소에서 접종할 수 있어 일부 지역에 일시적인 부족현상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선 병·의원의 경우 오는 22일까지 무료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가운데 목표 접종률인 82%를 이미 달성해 남은 3가 백신을 보건소 측에 반품하는 상황과 겹쳐 백신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4가 백신 공급 부족과 관련해 지역 의료계에서는 ‘제약 업체들이 백신 단가 부풀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3가 백신만 적용된 국가 필수 예방 접종 사업(NIP)에 4가 백신을 포함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해당 적용안은 국회에서 심의 중이며, 오는 12월 국회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한 후 통과될 경우 오는 2020년부터 적용된다.

만약 4가 백신이 NIP에 포함된다면, 정부 입찰가는 올해 공급가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가격 경쟁을 멈추고 공급량을 조절 중이라는 것.

한 의료계 관계자는 “NIP 4가 백신 적용과 관련된 소문이 돌면서 공급 중단 수준에 이르렀다”며 “다만, 지역 보건소에 백신이 충분해 예방접종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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