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누릴대로 누린 영남권 중진 용퇴해야"…추가 인적쇄신 압박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영남권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이 15일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비례대표 초선인 유민봉 의원과 6선의 김무성 의원에 이어 총선을 앞두고 공식 불출마 의사를 확인한 세번째 현역 의원이다.

한국당은 지난 5일 재선 김태흠 의원이 ‘영남권·강남 3구 중진의원 용퇴 및 험지 출마’를 골자로 한 당 쇄신안을 요구한 이후 초재선 의원들의 성명 발표가 잇달았지만, 자기희생 없는 ‘네가 가라 하와이’ 식 쇄신요구라는 당 안팎의 비난에 직면했었다.

여기에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던 일부 의원들과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중진의원들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당내 쇄신과 용퇴 요구도 잦아드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김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다시 추가적인 용퇴 선언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인적쇄신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부산 남구갑을 지역구로 둔 4선의 김정훈 의원도 정기국회 폐회 후 불출마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등 떠밀려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듯한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시기를 저울질 중이라는 것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후 불출마 뜻을 주변에 시사한 바 있다. 다만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뉴스에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영남 기득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당 안팎의 불출마 압박을 받는 영남권 중진 의원들 다수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같은 모습에 중진 의원들이 한국당의 이미지를 늙고 노회한 모습으로 고착화하는 데 일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청년 맞춤형’ 공약을 내보이며 ‘2030 표심 잡기’에 나섰고,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권은희·오신환·유의동’ 등 ‘40대 트리오’를 앞세워 젊은 바람을 일으키려는데 한국당만 변화에 뒤처졌다는 분석이다.

전날 황교안 대표와 영남권 중진 의원들 간 오찬 자리에서 이미 불출마 선언을 한 김무성 의원이 “애국심을 갖고 중진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화두를 던졌지만 호응이 없었다고 한다.

한 재선 의원은 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진들은 이미 초재선 의원들을 제치고 상임위원장 등 국회직을 맡아오는 등 기득권을 누릴 대로 누렸다”며 “이런 중진들이 쇄신을 말하는 초재선 보고 ‘희생하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비겁하고 이기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영남권은 출마하지 않고 양보하더라도 다른 후보가 나와서 이길 수 있는 지역”이라며 “공천을 받아도 떨어질 확률이 높은 수도권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최근 들어 부산 지역 등이 어려워졌다고는 해도 19대 국회 이전까지는 영남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됐었다”며 “재집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중진들이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당이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영남권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특정 지역을 겨냥해 일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다. 치열한 경선을 뚫고 본선 당선까지 간 만큼, 영남권 중진이라고 해서 역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뉴스와의 통화에서 “영남은 영남대로 높은 경선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 한정해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영남을 배제하려는 정치공학적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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