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윤중천, 검찰이 2013년 기소했으면 적절한 죄목으로 법정 섰을 것"
김학의 재판서도 ‘성접대 뇌물’ 판단 영향 미칠 듯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별장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 씨에 대해 법원이 1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검찰의 뒷북 수사를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5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 위반(강간 등 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총 5년 6개월과 추징금 14억8천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일부 사기 등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중형을 선고했으나, 김 전 차관과 관련을 맺고 있는 윤씨의 성폭력 관련 범죄 등은 모두 면소 혹은 공소기각으로 판단했다.

이른바 성접대 의혹은 대부분 2008년 이전에 발생한 일인데, 검찰이 공소시효를 넘겨 기소한 탓에 처벌을 피한 셈이다. 경찰과 검찰은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으로 의혹이 불거진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접대 의혹 사건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여러 차례 수사했지만 재판에 넘길 만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만인 올해 3월 수사를 재개한 검찰은 윤씨의 사기 등 개인비리와 김 전 차관의 금품수수 혐의를 찾아내 재판에 넘겼다.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을 피해자로 둔 성범죄 혐의는 윤씨가 해당 여성을 직접 성폭행해 정신적 외상을 남겼다는 혐의(강간 등 치상)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여성의 정신적 외상이 진단된 시기가 2013년이었기 때문에 공소시효의 벽을 넘길 수 있다고 검찰은 판단한 것이다.

김 전 차관이 받았다는 성접대에 대해서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보고 김 전 차관에게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다만 윤씨의 뇌물공여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난 까닭에 검찰은 윤씨가 김 전 차관을 이용해 강간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차관에게 직접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윤씨의 성범죄 관련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윤씨가 여성을 성폭행한 점과 해당 여성의 정신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제때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윤씨는 원주 별장을 꾸미고 필요에 따라 사람을 불러 향응을 했다”며 “외제 고급차를 타고 골프를 치며 친분을 위해 성을 접대 수단을 사용했다”고 판시했다. 성접대가 있었던 점은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씨의) 거짓말 탓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가) 좌절됐다”며 “검찰은 이미 2013년 이번 사건을 수사했는데 성접대와 뇌물 공여는 판단하지 않고 고소된 성폭력 사건만 판단한 후 불기소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5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야 김학의에게는 뇌물죄를, 윤씨에게는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며 “검찰이 2013년 적절히 공소권을 행사했으면 그 무렵 피고인이 적절한 죄목으로 법정에 섰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나 김학의 등 사회 유력 인사들에 대한 ‘원주 별장 성 접대’는 양형을 정하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판결은 김 전 차관의 핵심 공소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김 전 차관은 윤씨뿐 아니라 사업가 최모씨, 모 저축은행장 등으로부터 3억원 넘는 금품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부정한 금품 거래가 주된 공소사실이다.

다만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점을 ‘액수를 알 수 없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기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윤씨의 1심 판결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씨의 1심 재판부는 ‘성접대 뇌물’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인 데다 윤씨가 스스로 (피해자를) 강간하면서 김 전 차관에게 (피해자를) 뇌물로 제공했다는 상황 설정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의 1심 판결에서도 성접대 관련 뇌물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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