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다음달 1일 대구 문화예술회관 1층 제4전시실

‘한국산사의 단청세계, 고귀한 빛’ 전시회 포스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산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한국산사의 단청세계, 고귀한 빛’ 전시회가 1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대구 문화예술회관 1층 제4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산사의 진정한 가치는 건축, 종교, 사회문화, 예술의 총체성에 있다. 특히 각 산사의 중심 불전인 법당은 전통미술과 조형의 보고다. 불상과 불화, 벽화, 단청문양, 불단, 닫집 등 한 시대 최고최상의 조형과 미술이 결집해 있다.

한국산사의 법당은 예경의 공간이면서, 하나의 박물관이고 미술관에 가깝다. 그럼에도 법당 내부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종합적인 조사는 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수리적 정밀실측조사 보고서는 매년 발행되고 있지만, 법당의 장엄세계에 대한 철학, 미학분야의 연구 활동은 분산적이고 미미하다.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벽화.
특히 한국 고유의 전통문양이 다양하게, 또 보편의 지속성으로 펼쳐져 있는 법당 천정에 대한 조사와 분석은 미미한 실정에 가깝다. 한국산사 법당 천정은 단청문양과 조형의 보고다. 그럼에도 사찰 천정구조와 양식에 대한 논문만 몇 편 발표된 수준에 그친다. 문양과 조형 자체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나 연구는 아직 진행된 바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재학 사진작가의 사진작품들은 한국산사 법당내부 장엄세계에 대한 중대한 각성을 일깨워준다. 노재학 작가는 근 20년 동안 전국의 전통사찰에 현존하는 법당 내부의 장엄세계를 지속적으로 필름에 담아왔다.

국가나 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묵묵히 수행처럼 작업해온 것이다. 그의 조사에 의하면 100년 넘은 유의미한 고전의 조형과 미술이 현존하는 법당은 전국에 약 200곳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는 그곳을 수십, 수백 차례 가고 또 가서 가장 극적인 빛의 순간에 법당 단청 및 조형의 세계를 필름에 담아왔다. 기록하고 축적한 자료사진만도 수 천 만 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영덕 장육사 대웅전 후불탱 세부.
한국산사 법당의 조형과 미술을 담은 그의 사진들은 지고지순의 숭고한 아름다움의 전형을 보여준다. 종교미술 뿐만이 아니라, 전통문양, 도가의 길상, 유가의 태극, 호작도 같은 민화들까지 폭넓고도 풍부한 조형미술의 세계를 놀라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외진 공간에 이르기까지 전통문양과 전통색채의 아름다움을 경이롭게 구현하고 있다. 그의 사진들은 한국산사 법당 내부에 오랫동안 전승해온 장엄예술의 진면목들을 커다란 울림으로 드러낸다. 그것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문화유산 한국산사에 대한 놀라운 조명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사진초대전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석사, 봉정사, 통도사 등 7곳 산사 단청문양을 비롯해 김천 직지사 대웅전,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불단 등을 중심으로 40여 점 전시한다. 작품전시는 네 가지 테마로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한국산사가 간직한 미의 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현풍 용연사 극락전 대들보 머리초.
1부는 ‘산사의 미’다. 숲과 자연생태, 생명의 보고인 산사 미학을 보여준다. 자연과 지형을 재해석한 한국산사 산지가람의 자연주의 경영을 표현한다. 만화방초의 화원을 이룬 순천 선암사의 봄과 소백산맥의 능선을 무량수전 앞마당으로 끌어당긴 부석사의 차경 안목을 살펴 볼 수 있다.

2부는 ‘단청문양의 미’다. 자연의 꽃과 구름, 물고기, 추상의 에너지들을 모티프로 해 기하문이나 관념의 이상형으로 정형화 한 사찰천정의 다양한 문양들을 보여준다. 사진 속 문양에는 유교의 태극이나 도교의 길상, 심지어는 별자리 천문우주의 세계도 나타나는 경이로움을 보인다. 해남 미황사, 부안 내소사, 구례 천은사 등 서남해안지역의 산사 장엄세계가 간직하고 있는 단청문양들에선 대단히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영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3부는 ‘사찰벽화의 미’다. 벽화의 중심엔 불교교의를 반영한 불화 성격의 벽화가 중심에 있지만, 송학도, 고사인물도, 연꽃과 모란, 악기 등 별지화도 풍부하게 나타난다. 민화의 원류격인 사찰벽화 속 호작도, 화조도, 어변성룡도 등은 한국미술의 흐름과 전개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학술자료를 제공한다. 통도사 영산전과 명부전, 직지사 대웅전, 양산 신흥사 대광전의 사찰벽화 아름다움이 주목을 끈다.

김천 직지사 대웅전 불단.
4부는 ‘조형장엄의 미美’다. 한국산사 법당에 보편적으로 조성한 꽃살문, 불단, 닫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내소사 대웅보전과 논산 쌍계사 대웅전에선 꽃살문의 미를, 백흥암 극락전과 직지사 대웅전, 범어사 대웅전에선 소목장의 손길로 조각한 불단의 아름다움을, 익산 숭림사 보광전에선 닫집 미학의 정수를 드러낸다.

노재학 작가는 현재 (재)문화유산회복재단의 주최로 ‘한국산사 단청세계, 고귀한 빛’전국순회 사진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 부산을 시작으로, 5월 전주, 6월 서울 인사동 전시에 이어 대구에서 이번 제4차 순회전시를 갖게 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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