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혼은 사북에서 졸고
몸은 황지에서 놀고 있으니
동면 서면 흩어진 들까마귀들아
숨겨진 외발 가마에 내 혼 태워 오너라

내 혼은 사북에서 잠자고
몸은 황지에서 물장구 치고 있으니
아우라지 강물의 피리 새끼들아
깻묵 같이 흩어진 내 몸 건져 오너라

<감상> 이 시는 시인이 살아생전에 미리 써놓는 묘비명으로 읽힌다. 죽으면 몸과 영혼은 분리되어 혼은 사북에서, 곧 북망산(北邙山)에서 졸고 몸은 흩어져 황지에서 놀고 있다. 외발 가마가 실존하지 않지만, 자신의 혼은 태워오고 싶은 심정을 들까마귀에게 의탁하고 있다. 1연이 허공의 세계에서 흩어진 몸 찾기라면, 2연은 물의 세계에서 변주되어 나타난다. 깻묵(참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을 아우라지 강물에 던지면 피리(피라미)새끼들이 몰려들 것이고, 흩어진 내 몸을 건져오지 않겠는가. 몸이 14조각으로 찢어져 버려졌지만, 몸과 혼이 합쳐져 새 생명을 부여 받아 사자(死者)의 신이 된 오시리스처럼. 몸과 영혼이 순수하여 죽어서도 헤어지지 않고 결합되기를 바라는 시인의 소망이 담긴 묘비명은 지명과 어울려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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