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선탈각(金蟬脫殼).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 해에서 열린 ‘나는 서예로 가출했다-솔뫼 정현식 문자명상’전(11월 5일~17일)에 출품된 작품을 담은 두꺼운 도록의 첫 장에 올려진 작품이다. 금선탈각은 매미가 알에서 깨어나 날아가는 변화를 뜻한다.

변(變)은 누에가 나방으로 우화(羽化)하기 위해 고치를 지으며 변태를 하는 과정. 화(化)는 왼쪽의 살아 있는 사람(人)과 오른쪽의 죽어 있는 사람(匕)의 형상으로 완전히 달라진 결과를 의미한다. 이렇게 ‘금선탈각’은 차원이 다른 세계로 변하는 것을 나타낸다.

예술의전당 넓고 높은 전시장을 가득 메운 400여 점의 작품 가운데 솔뫼가 도록의 첫 페이지에 ‘금선탈각’을 놓은 것은 51년 간 붓에 “매달리고, 붙잡고, 애원하고, 의지했던… 서예 종가(宗家)로부터 가출”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솔뫼는 작업 노트에서 “나의 서예 작업의 형상과 정신의 발로가 온전히 내 것이기만을 바랄 뿐이다”며 전통을 참고로 한 붓질에 갇혀있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여 준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는 “옛길도 본래 없던 길, 새길은 먼저 힘들여 걷는 자의 몫”이라 강조한다. 서예계에서는 솔뫼에 대해 단순한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을 하고 있다.

그는 서예가 문학과 철학, 심리학 등 인문학은 물론 서예의 동양적 정체성에 서양화의 기법들을 결합하면 어떤 환상적인 에너지가 분출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솔뫼는 이번 전시회에서 파울 클레 (Paul Klee)의 추상성과 장 미쉘 바스키아 (Jean Michel Basquiat)의 팝아트적인 자유구상을 결합한 신조형(新造形) 세계를 보여주었다. 압도적 충격 그 자체였다. 그는 ‘솔뫼민체’라는 한글은 물론 한문 글꼴의 자유분방하고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지난 6월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 전시에 이어 경주 전시를 마친 솔뫼는 서예의 본고장 중국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200여 년 전인 1800년대 초 서예 한류를 불러일으킨 추사(秋史) 김정희처럼 솔뫼가 21세기 서예 한류를 선도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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