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가구 중 62가구 순차적 이사…안정적 거주 가능한 정책 촉구

17일 흥해실내체육관 입구 벽면에는 근본적인 주거 안전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그림과 글 등이 붙어 있었다.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진 발생 이후 2년간 텐트 생활을 해왔던 이재민들이 인근 임대아파트로 입주를 시작했다.

17일 포항시에 따르면 규모 5.4 포항지진 발생 2주년인 지난 15일부터 체육관 거주 이재민 3가구가 이곳에서 4㎞ 떨어진 북구 장량동의 임대아파트로 이삿짐을 옮긴 것을 시작으로 다음 달까지 전체 96가구 가운데 62가구가 이사를 순차적으로 할 예정이다.

시는 이들 이재민에게 이사비용 100만 원씩을 지원한다.

또 임대아파트의 한 달 임대료는 포항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절반씩 부담한다.

이번에 임대주택으로 이사하는 입주민 대부분은 흥해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다.

집이 크게 파손됐다는 ‘전파’ 판정이 나야 임대주택 거주 자격을 얻는데, ‘시가 약간 수리가 필요한 정도’의 파손인 C 등급으로 책정,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아 애초 이주 대상에서는 제외됐었다.

이에 한미장관맨션 주민 155명은 “맨션 4개 동이 크게 파손됐는데도 포항시가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며 등급을 높여달라는 행정소송을 했으나 지난 6월 나온 1심에서 져 항소한 상태다.

소송에 따른 갈등이 커지자 시는 소송과 별개로 이들 대체거주지를 마련키로 했다.

시는 지난 8월 흥해실내체육관 거주 이재민을 대상으로 ‘이주 희망자 신청’을 접수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포항시 주거안정심의위원회는 현장조사를 거쳐 96가구 중 62가구에 이주 자격을 주기로 결정한 것.

나머지 34가구는 임대아파트 이주를 거부하면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계속 텐트 생활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주민은 임대아파트에 살 수 있는 기간이 ‘2년’으로 정해져 장래가 불안하고, 한 달에 10만 원이 넘는 관리비와 공과금 등이 부담돼 입주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임대주택 마련과는 별개로 지진 발생에 관한 적개심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흥해체육관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2년 동안 텐트 생활을 하면서 골병이 나서 임대주택 입주 신청은 했다”며 “그렇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은 이뤄진 게 없지 않느냐”며 큰 반발심을 보였다.

마정화 포항지진시민연대 위원장은 “고령인 이재민들이 평생 노력으로 마련한 집이 파손된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들이 2년 후 이사를 하는 불안정한 정책이 아닌 남은 여생을 마음 놓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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