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이다
공단 지대를 경유해 온 시내버스 천장에서 눈시울빛 전등이 켜지는 저녁이다
손바닥마다 어스름으로 물든 사람들의 고개가 비스듬해지는 저녁이다

다시,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이다

저녁에 듣는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는
착하게 살기에는 너무 피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나씩의 빈 정류장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내버스 뒤쪽으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을 저녁이라고 부른들 죄가 될 리 없는 저녁이다

누가 아파도 단단히 아플 것만 같은 저녁을 보라
저녁에 아픈 사람이 되기로 작정하기 좋은 저녁이다

시내버스 어딘가에서
훅, / 울음이 터진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저녁이다

이 버스가 막다른 곳에서 돌아 나오지 못해도 좋을 저녁이다




<감상> 막차 맨 뒷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종점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아픔을 누가 알아주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으므로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저녁이 들어 줄 것 같다. 울음이 터진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저녁에 달빛이라도 그득했으면 좋겠다. 정말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은 안다. 착하게 살려고 노력할수록 세상은 각박하다 못해 가진 자들의 극심한 억압에 피로해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버스를 타면 고개가 비스듬해지고, 텅 빈 정류장이 되어 어둠조차 돌아 나오지 못한다. 텅 빈 마음에 따뜻한 햇살의 울타리를 쳐 주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