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서울에서 수안보를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 문경새재에 다다르게 된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 해서 조령이라고 또 풀 억새가 우거진 고개, 하늘 재와 이우리재 사이의 새재로 된 고개의 새新재 등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붙여진 문경새재라 한다. 또 영남지방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오고 갔던 길로 선비들의 과거 길이라고 했다.

1981년 6월 도립공원으로 경상북도가 지정하고 그곳에 생태박물관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서면 영남지방의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을 오갔던 것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갓을 쓴 선비상이 있다.

선비상 앞에 다다르자 갓을 쓴 선비가 반겼다. 갓을 쓴 선비상 앞에 다가서자 '젊은이 이마에 띤 빛을 보니 번득이는 것이 장원급제는 아니더라도 급제할 운이 분명하니 차분히 최선을 다한다면 뜻을 이룰 것이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선비상을 쳐다보며 옛 영남지방 선비들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데 주위의 숲들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누렇고 빨갛게 색색을 한 나뭇잎들이 '잘 왔습니다. 기다렸습니다. 맑고 깨끗한 새재의 공기 마음껏 마시고 가세요?' 그러며 두 손을 번쩍 들어 하트 모형을 그렸다.

건강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붙들었다. 가로변 활엽수나무들이 길을 꽉 매운 그 길옆으로 계곡 물이 졸졸거리며 흐르고 있다.

계곡의 물은 졸졸거리며 흐르고 물 갓을 스치는 바람은 찬기를 듬뿍 품어 벼랑길을 오르며 땀으로 촉촉이 젖은 살갖을 어루만져 준다. 그리고 잠시 쉬어가라며 바짓가랑이를 움켜잡는다.

그것을 뿌리치고 지나다 보니 ‘문경새재과거길’이라고 새겨진 바위가 멧돼지처럼 보였다. 계곡 옆으로는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한 바위 절벽에 붙어살고 있는 나무들이 사람들 삶의 흔적처럼 보였다.

그 절벽 아래 물이 흐르고 그 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곳 절벽 넘어 구름도 숲도 그리고 절벽 아래 물도 한 눈에 들어왔다. 구름이 또 다른 산을 만들고 풍물꾼들이 풍물놀이를 펼친 것처럼 펄펄 날았다. 날짐승 들짐승들이 뛰노는 것 같았다. 그런 구름이 지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데 그것을 보노라니 눈이 시렸다.

조령, 문경새재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 뿐만 아니라 군사요충지이기도 했다.

주흘산 전경을 바라보며 백두대간 ‘신선암봉표지석’을 보니 그곳의 높이가 해발 937m 쓰여 있다. 제법 높은 곳이었다.

서울시내 남산의 높이가 265.2m 관악산의 높이가 629m, 북한산 백운봉 높이 837m이니 문경새재 신선암봉이 백운봉보다도 100m가 더 높다.

신선암봉 표지석을 지나 등산로를 따라 걷다 마당바위 쪽을 지나 이화령 길로 하산을 하는데 장승처럼 커다랗게 백두대간 이화령이라 새겨 세워진 담벽이 보였다.

문경새재 선비과거길은 단순한 재가 아니었다. 관광명소로서 경북인의 기백을 품은 관문으로서 또 경북인의 먹을거리로서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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