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에 앉은 중년 여자가 운다
미세하게 흐느끼며 훌쩍훌쩍 콧물을 삼킨다
마음 아파 우시는지 / 몸이 아파 우시는지
어느 것이 먼저고 어느 것이 뒤인지 모를,
휴대폰을 켜서 들여다보고
휴대폰을 끄며 고개 떨군다
그 속에 아픔이 저장되어 있는지
그 속의 아픔이 삭제되지 않는지
실밥처럼 툭툭 터질 듯한 울음을
손수건으로 꾹꾹 여민다

슬픔은 식물성이어서
고도 칠천 미터 상공에서도 발아하는구나
화물칸에 싣지 못하고
선반에 따로 올려놓을 수 없는 슬픔,
무심한 구름 속을 날아가는 쇳덩이 안
이쯤 높이에서도 슬픔은 창궐하나니
항로를 이탈한 그녀의 눈물이
기류가 불안정한 지역을 오래 통과하고 있다
허공의 비포장 길을 / 흔들리는 슬픔 혼자 가고 있다




<감상> 슬픔은 높이를 가리지 않고 식물처럼 쑥쑥 자란다. 고도 칠천 미터 상공까지 발아하여 가지로 번져 나간다. 그 슬픔의 원인도 모른 채 향로를 이탈한 그녀의 눈물이 불안정한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슬픔은 터져야 비로소 완성이 될 것이고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올 것이다. 어디 슬픔이 식물성을 가지고 위로만 자라겠는가. 슬픔은 동물성을 가지고 물속까지 헤엄쳐갈 것이다. 슬픔의 깊이를 지닌 채 지느러미를 흔들며 물의 비포장 길을 혼자 가고 있을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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