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8년이 됐지만 아직도 실질적 분권은 요원하다. 일선 시군이 필요에 따라 직제 하나 따로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속 빈 지방자치다. 지역민들이 지방자치를 실감하는 것은 4년 마다 내 손으로 뽑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택하는 것이 고작이다. 지역민들이 뽑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도 극히 제한적이다.

18일 경주시청 알천홀에서 열린 경북일보 부설 새경북포럼 특강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과 전망’ 주제 발표를 한 전혜숙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지역민들이 더 적극적이고 간절하게 의사를 국회와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여론을 모아 법안이 다듬어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회에서 최종 논의되고 있는 대도시 특례시 지정문제나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주민참여 확대, 지자체 자치조직권 확대, 지자체 기관구성의 다양화 등에 대해 적극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해마다 예산 철만 되면 출장 채비를 해서 정부청사로, 국회로 뛰어다니며 예산 구걸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 시행 30년이 다됐지만 국세-지방세 비율이 8대2이다. 7대3, 6대4로 단계적으로 개선한다지만 이 또한 요원한 현실이다.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방과 국가의 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법의 국회 통과가 오히려 더 시급하다. 지역에서는 정작 패스트트랙(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제)에 올려야 할 법안이 지방분권법안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가 균형발전은 민주주의 역사이자 민주당의 역사”라면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은 여야의 극한 대치로 올해 내 처리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국회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성숙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그간 정비하지 못한 여러 규정이 반영돼 있다. 특히 주민의 지방행정 참여 권한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지방자치의 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법이 중요한 이유는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자치분권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되는 기본법이기 때문이다. 지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자치분권의 실현을 위한 토대인 것이다.

지방은 급격한 고령화와 그에 따른 청년 인구 감소, 일자리 부족 등으로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입으로만 국가 균형발전이니, 지방자치니 해서는 안 된다. 서울 일극 체제로는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없다. 하루속히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방분권 법률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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